다양성 넘치는 '2021 에미상' 이젠 OTT 축제의 장
2021.07.17 09:00
수정 : 2021.07.18 12:40기사원문
지난 5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백상예술대상에서 다수의 OTT 콘텐츠가 TV, 영화 콘텐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후보작으로 올랐던 것은 국내에서도 OTT 중심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이었다.
당시 넷플릭스의 영화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TV부문 여자 신인연기상, 영화부문 예술상 등 주요 3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고 예능 부문에서는 국내 OTT인 티빙의 오리지널 예능 '여고추리반'의 주연인 장도연이 트로피를 거머쥐기도 했다.
이러한 OTT의 추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TV 예술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제73회 에미상 후보 리스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HBO와 넷플릭스의 각축전이 벌어졌던 지난해 시상식의 여세에 더해 올해에는 디즈니플러스까지 가세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작품 올해 에미상 최다 후보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에미상 최다 후보작에 오른 작품은 넷플릭스의 드라마 '더 크라운'과 디즈니플러스의 '만달로리안'으로 이 두 작품은 각각 24차례 후보에 지명됐다.
'더 크라운'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국 왕실 드라마로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비극적인 결혼 생활과 마거릿 대처 총리의 집권기 등 영국 왕실의 파란만장한 스토리와 정치사를 그려내면서 화제가 됐다.
'만달로리안'은 영화 '스타워즈'의 스토리에서 파생된 첫 번째 스핀오프 드라마 시리즈 작품으로 현상금 사냥꾼 '만달로리안'과 요다 종족의 후예 '베이비 요다'가 몰락한 제국군의 잔당과 맞서 싸우는 모험담을 엮어내면서 '스타워즈' 팬들이 디즈니플러스 정액 요금제에 지갑을 열도록 만든 작품이다.
'더 크라운'과 '만달로리안'에 이어 가장 많이 후보에 지명된 작품 역시 디즈니플러스의 '완다비전'으로 23차례 후보에 올랐다. 이 작품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스핀오프 드라마로 지난 2019년 개봉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어벤져스의 일원이었던 '스칼렛 위치 완다'가 안드로이드인 '비전'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환상을 만들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노미네이트에서 미디어 그룹별로는 HBO가 케이블 채널과 자체 OTT 서비스 HBO맥스와 더불어 130차례 후보로 호명돼 1위를 기록했고 넷플릭스는 129회로 뒤를 이었다. 디즈니플러스는 71회 호명됐다. 반면 공중파 방송인 NBC의 작품은 46회, CBS는 26회, ABC는 23회 호명되며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성별 장벽 넘어선 2021 에미상, 남·녀 수상자 구분 없애
한편 올해 에미상은 한 발 더 다양성을 포용하는 형태로 진보했다. 그간 시상 부문에서 사용됐던 '남자배우상', '여자배우상' 등 카테고리는 그대로 존재하지만 여기에 성별 구분을 좀 더 희석시키고자 수상자가 원할 경우 중립적인 단어인 '공연자(performer)'라는 단어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 후보 지명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 트랜스젠더 여성인 MJ 로드리게스(30)를 후보로 지명했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케이블 채널 FX의 TV시리즈 '포즈(Pose)'에 출연한 로드리게스가 에미상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것은 트렌스젠더 여성으로서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레버른 콕스, 레인 발데즈 등이 트랜스젠더 배우로서 노미네이트된 바 있지만 주요 부문에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즈'는 1980~90년대 뉴욕의 성 소수자들이 활동한 사교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등으로 고통과 차별을 겪어야 했던 이들이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로드리게스는 트랜스젠더인 블랑카 역할을 맡았다.
로드리게스는 후보 지명 직후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특히 그중에서도 유색인종인 이들에게 이런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며 "라틴계, 장애인, 성 소수자들을 TV 화면에서 보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NYT는 이번 에미상 후보 발표 직후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고 분석했다. 'SNL'의 보웬 양은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브리저튼'의 레지 장 페이지, '러브크래프트 컨트리'의 조나단 메이저스, '인 트리트먼트'의 우조 압두바 등이 배우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역대 최다로 유색인종 후보가 호명됐다.
제73회 에미상 시상식은 오는 9월 19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며 미국 CBS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