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폐지 법안 심사,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에 비유한다면?
2021.07.17 20:07
수정 : 2021.07.17 20:07기사원문
격세지감이다. 19대와 20대 국회는 지금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발의돼도 딱히 관심 받지 못했다. 오히려 비판적인 시선이 여야에 고루 있었다. 폐지 법안도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되는데 그쳤을 뿐이다. 2018년 이동섭 의원실 근무 당시 다른 의원실과 공동으로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이 역시 여야 무관심 속에 묻혔다. 이랬던 국회가 불과 수 년 만에 분위기가 돌변한 것이다. 그 어느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셧다운제 폐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두 가지 관전 포인트를 소개할까 한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플레이한 지 얼마 안됐을 무렵 ‘가디언’ 몬스터를 처음 마주했을 때가 생각난다. 강력하고, 무자비하고, 집요했다. 상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가 그런 존재다. 법안 심사 과정의 초기 단계지만, 수많은 법안이 이 문턱을 넘지 못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법안소위에 배석하는 부처 차관이하 공무원들이 반대할 수도 있다.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국회 전문위원이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법안소위 위원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이 속한 당의 법안이라고 봐주지도 않는다. 이게 끝이 아니다. 다른 소위 위원들이 법안을 찬성하더라도 위원 한 명이 세게 반대하면 관례상 계류 되기 쉽다. 이렇게 심사라도 받고 끝나면 다행이다. 심사 순서를 기다리다가 먼저 심사되던 법안에 논쟁이 불붙으면 심사받을 기회마저 사라지기 십상이다. 전체회의와 달리 소위원회에서는 발언 시간 제한도 없기 때문에 법안 하나 심사하는데 몇 시간이 걸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법안소위가 젤다의 가디언이라면, 법제사법위원회는 ‘라이넬’ 같은 존재다. 라이넬은 젤다에서 반드시 격파해야 할 대상인 동시에 격파하지 못하면 게임을 접게 만드는 몬스터이기도 하다. 아무리 다른 몬스터를 잘 잡아도 라이넬을 못잡으면 답이 없는 것처럼, 상임위원회를 어렵게 통과하고 올라온 법안이라도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게다가 법사위는 타 상임위에 비해 율사 출신 의원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법안을 검토한다. 특히 쟁점사항이 있는 법안은 해부하다시피 분석한다. 그리고 법안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법사위 제2소위’에 넘어가게 되면 법사위 통과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처럼 상임위에서 한번 걸러진 법안 중 다수가 법사위에 계류되면서 고배를 마시게 된다.
정리해보자. 여성가족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어떻게 심사되나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법사위의 전체회의는 국회의사중계 어플리케이션이나 국회방송을 통해 볼 수 있다. 법안소위 심사는 생중계 되지 않지만, 대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속기록이 등록된다. 속기록과 방송을 통해 어떤 의원이 어떤 의견을 냈나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셧다운제 폐지 법안은 일부개정법률안의 형태로 발의되어 있다. 심사해야 할 조항이 많고 공청회까지 거쳐야 하는 전부개정법률안이나 제정법안에 비해 심사 속도가 짧다. 다만, 발의된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여럿이기 때문에 이들을 병합해서 심사될 예정이다.
분명 셧다운제 폐지법안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낙관적이다. 여·야 가리지 않고 많은 의원들이 통과되길 원한다. 청와대도 셧다운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체부는 말할 것도 없고, 여성가족부마저 전처럼 막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 정도면 무난하게 폐지 수순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된다. 앞서 설명한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아무리 고수라도 ‘very easy’난이도에서 공략실패 할 때가 있는 것처럼, 지금 같은 좋은 분위기에서도 얼마든지 법안이 계류될 수 있다.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심사 과정을 계속 주시하자.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질수록, 그만큼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올라간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