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쓰레기 전쟁…대체 매립지 놓고 지자체간 치킨게임

      2021.08.26 18:08   수정 : 2021.08.26 18: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수도권 2600만명 시민이 수년내 '쓰레기 대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신규 매립지 공모가 두 차례 무산된데다, 최근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되는 폐기물 양이 지난해보다 증가하고 있다. 매립장 포화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도권 3개 자치단체(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경기도)는 대체 매립지를 두고 한치 양보없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내 집 앞마당은 안된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중재에 나서며 수도권 3개 시·도 단체장과 4자 협의를 벌였지만 성과없이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대체매립지 선정 치킨게임?
26일 정부 관계자는 "4자 협의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서로 터치를 안하는 부분"이라며 "인천시 입장은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6월) 전까지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자체적으로 2025년 매립지 사용 종료를 선언하고, 영흥도에 인천 자체 매립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관계자는 "매립시설이 설치된 곳이나 영향지역에 대한 주민 지원·복지 등을 늘려도 참 쉽지 않은 문제"라며 "폐기물이나 하수는 사람이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데 님비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쓰레기는 1992년 이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처리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 64개 기초자치단체의 생활폐기물, 사업장폐기물, 건설폐기물 등이 모두 반입돼 매립되고 있다. 30년 가까이 수도권 쓰레기가 인천으로 몰려오다보니, 인천에서 발생한 쓰레기도 아닌데 인천에서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인구과밀지역으로 매립지 공모 요건에 100만㎡의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살기 위한 아파트를 지을 곳도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서울보다 조금 여유는 있지만, 역시 부지 구하기가 쉽지 않아 나서는 지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월 무려 6년 만에 열린 4자 회동도 별다른 소득없이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환경부는 대체매립지를 조성할 장소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자 일단 현재 사용 중인 3-1매립장에 반입되는 폐기물을 줄여 포화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1매립장은 당초 2025년 8월까지 쓰는 것으로 설계됐으나 폐기물 반입량이 줄면서 2027년까지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 경기에서 지역별로 소각장 확충 계획이 있어 추진하고 있다"며 "묻는 양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 하면, 매립장 사용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년 수도권부터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돼 지자체에서 태울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매립할 양이 확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건설폐기물은 내년부터 수도권매립지 직반입이 금지된다.

■'폐기물 줄이기'는 임시방편…합의점 찾아야
하지만 뚜렷한 대체 시나리오가 없어 결국에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각종 저감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어딘가에는 묻혀야 할 쓰레기라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되는 폐기물 양이 지난해보다 많아지면서 매립장 포화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매립지의 하루 평균 폐기물 매립량은 올해 1월 7576톤에서 지난 5월 1만2279톤, 6월 1만909톤을 기록했다. 5~6월 매립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1114톤, 1만570톤보다 많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의 포화 속도도 빨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6월말 기준 3-1매립장은 전체 용량 1819만여톤 가운데 41%에 해당하는 747만여톤의 폐기물 매립이 이미 진행됐다.

다만 인천시가 종료 시점으로 못 박은 2025년이 돼도 4자 협의에 따라 서울·경기는 3-1매립장이 꽉 찰 때까지 계속 매립이 가능하다. 지난 2015년 6월 진행된 4자 협의에서 수도권 3개 시·도 단체장은 수도권 매립지 제2매립장이 포화상태가 되면 3-1매립장을 사용하고, 그 사이 대체 매립장이 구해지지 않으면 3-2매립장의 일부를 추가 사용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대체 매립지를 둘러싼 지자체간 갈등은 내년 상반기까지 공전을 거듭할 전망이다. 2022년 6월로 예정된 지자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표'를 의식한 지자체장들이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체제 없는 매립지 폐쇄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정치적인 결정으로 많이 움직이는 거라 내년 지자체 선거가 끝나야 접점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