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도 반도체 대란 못피했다
2021.07.20 06:33
수정 : 2021.07.20 06:33기사원문
전세계 자동차 업계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업계 역시 반도체 부족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4분기 반도체 대란 속에서도 탄탄한 성장을 지속했던 스마트폰 출하는 2·4분기 들어 10%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통상 반년치를 먼저 계약하는 스마트폰 업계 관행 덕에 올 1·4분기 스마트폰 생산에는 차질이 없었지만 이제 계약 물량이 바닥이 나기 시작해 생산이 차질을 받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높은 수요 속에서도 공급충격으로 출하가 줄어드는 것이어서 업체들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는 터라 실적면에서는 실제 업체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 자동차·PC 등 이어 스마트폰도 반도체 부족 타격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서울발 기사에서 전세계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동차, PC, 가전제품에 이어 이제 스마트폰 업계도 반도체 대란 충격권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 삼성전자의 경우 고급 플래그쉽 기종 생산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난 2·4분기 출하가 전분기에 비해 20%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알파벳 산하 구글은 픽셀폰 5a 5세대(5G) 이동통신 모델을 미국과 일본에서만 출하하기로 했다. 전세계 시장에 모두 풀만큼 생산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격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샤오미는 지난 3월 인도에서 161달러에 출시한 레드미노트10 모델 가격을 이달 8% 높은 174달러로 인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애플과 삼성전자 고급 기종을 제외한 나머지 스마트폰은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면서 전세계 스마트폰 산업의 80% 이상이 반도체 부족 충격에 노출돼 있다고 보고 있다.
■ 2분기 스마트폰 출하, 10% 감소 추산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4분기만해도 사정은 양호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가 팬데믹 기간인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20%, 팬데믹 전인 2019년 1·4분기에 비해서도 4% 늘었다.
그러나 2·4분기 출하는 1·4분기에 비해 10% 줄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지난해 2·4분기는 팬데믹 봉쇄로 스마트폰 출하가 바닥을 찍었던 때여서 전년동기비로는 기저효과 덕에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는 않다.
카운터포인트는 올 하반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년 전 7억6100만대에 비해 1.3% 증가한 7억71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의 리서치 책임자 타룬 파탁은 수요가 탄탄해 반도체 부족만 없다면 하반기 출하는 훨씬 더 큰 폭의 신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 스마트폰 가격은 급등
반도체 부족에 따른 부품가격 상승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상쇄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2%를 넘은 적이 없던 전세계 스마트폰 도매가격은 올 2·4분기 5% 폭등했다.
스트래터지의 닐 모스턴 상무는 출하 감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업체들이 가격결정력을 갖고 있어 순익이 증가하지 못한다 해도 실적이 악화하는 것은 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스턴은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가격이 거의 대부분 오를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업체들이 겪는 반도체 부족은 전방위적이다. 전력관리 반도체부터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4세대(4G), 5G 반도체 등 모든 반도체가 이제 부족해지고 있다.
한편 CLSA의 서울 주재 선임 애널리스트 산지브 라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가 2·4분기 약 6500만대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지만 지금은 반도체 부족 영향을 감안해 이를 5800만대 수준으로 낮춰잡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