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도 발 뺐다' 개막식 불참...올림픽 유치 주역의 배신
2021.07.21 23:12
수정 : 2021.07.21 23:17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도쿄올림픽 유치의 주역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마저 도쿄올림픽 개막식 불참 행렬에 가담했다. 아베 전 총리는 도쿄올림픽 '명예 최고고문'으로 최근 한 우익성향의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반일적인 사람들이 올림픽 개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까지 주장한 바 있다.
도쿄올림픽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21일 NHK는 아베 전 총리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에 오는 23일 열리는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불참 사유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실시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으나, 도쿄올림픽 강행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것을 우려해 발빼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 재임 중이던 2013년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출석해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한 끝에 대회를 유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올림픽 발전에 기여했다며 IOC로부터 최고등급의 훈장을 받았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3월 코로나가 본격 확산으로 올림픽 연기 논의가 이뤄질 당시 "2년 연기해야 한다"는 올림픽 관계자들의 의견을 물리치고 "1년 연기"로 밀어붙인 장본인이다. 자신의 임기 내 올림픽을 개최해, '꽃길 퇴장'하고 싶다는 정치적 계산이 컸다.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에서 중도에 물러났으나, 아베 정권의 유산인 올림픽을 반드시 개최해야 한다며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적지않게 압박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정작 아베 전 총리가 도쿄올림픽과 선긋기에 나서면서, 일본 국민들의 올림픽 개최 반대 여론에도 강행을 고집했던 스가 총리의 입장만 난처하게 됐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리들이 스가 총리에게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고 잇따라 진언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하며, 스가 총리의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임 아베 정권의 유산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이들 파벌들의 지원 속에 차기 총리직을 계속하겠다는 정치적 노림수가 결과적으로 고립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올림픽 후원기업인 도요타, NTT 등은 이미 발을 뺀 상태다. 이어 게이단렌 등 일본 경제 3단체장들 역시 개막식 불참 의사를 밝혔다.
도쿄올림픽 명예총재인 나루히토 일왕은 마사코 왕비를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 개회식에 참석해, 개회 선언을 할 예정이다. 개회 선언문에는 "축하"라는 단어가 삭제될 전망이다. 축하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선수촌 안팎에서 선수와 대회 관계자 7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를 앞두고 감염이 확인된 칠레 여자 태권도 선수는 기권을 선언했다.
올림픽 개최지 도쿄의 이날 하루 확진자는 1800명대다. 이런 상태라면 8월 초에는 도쿄에서만 3000명대 확진자를 낼 것이라는 게 일본 방역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당초 개막식 참석 인원을 1만명으로 계획했으나, 이날 현재 95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