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건' 유족 손배소 일부 승소... 국가 배상은 기각
2021.07.22 18:25
수정 : 2021.07.22 18:25기사원문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정철민 부장판사)는 22일 숨진 윤 일병의 유족이 국가와 당시 선임병 이모씨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윤 일병은 지난 2014년 군 복무 당시 내무실에서 선임병들과 간식을 먹다가 선임병들에게 얼굴과 배를 수차례 구타당해 기도가 막히면서 숨졌다. 당시 선임병들은 단지 대답이 느리고 발음이 어늘하다며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일병은 복부 등을 30회 이상 맞았고, 걷어 차이기도 했다.
윤 일병은 의식불명 상태가 됐고, 인근 병원으로 호송됐지만 사망했다. 수사 과정에서 구타 외에도 가래침을 핥게 하거나 잠을 못자게 하는 등 가혹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검찰은 당초 상해치사죄로 기소했다가 추후 살인죄를 추가했다. 하지만 1심은 살인죄를 무죄로, 상해치사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이씨의 살인죄를 인정해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범이었던 이씨에게만 살인죄가 인정된다고 봤고,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6년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이씨는 징역 40년을 확정 받았고, 나머지 공범들은 징역 5~7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유족들은 송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에게는 위자료를 청구했고, 국가엔 초기 부검도 없이 사망원인을 ‘질식사’로 알리거나 수사서류 열람 요청도 무시해 알권리를 침해한 데다 진상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이유로 위자료 지급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배상책임만 인정했다. 이씨가 유족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전혀 대응하지 않으면서 ‘자백간주’로 보고 유족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유족들에게 윤 일병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상속법에 따른 위자료를 산정했다.
하지만 국가 상대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군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 등을 볼 때 사망 원인과 공소 제기 등 판단이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씨와 공범들이 폭행 사실을 철저히 숨겨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다.
다만 이후 폭행을 의심에 수사로 이어진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당일 폭행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실수사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군이 당시 수사관이 파악한 결과를 듣고 발표한 것으로 추가 조사절차 등에 의해 사인이 다르게 밝혀졌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이 진상을 은폐·조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이 끝난 뒤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취재진에 “여기 재판에 온 것은 군 잘못을 묻기 위해서이지 가해자 처벌에는 관심이 없다”며 “살인죄를 묻고 군 잘못을 묻는 재판에서 7년 넘계 싸우고 있다. 군의 수사가 잘못된 점을 전 국민이 아는데,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유족을 기만하는 군 사법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