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속살’ 거문오름 용암동굴.. 빠져든다, 그 깊은 秘境 속으로

      2021.07.23 04:00   수정 : 2021.07.23 04: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제주=조용철 기자】오름은 화산섬 제주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나직하지만 제주도만의 독특한 풍경을 이룬다. 크고 작은 오름은 밋밋한 산등성이를 구불구불 잇고 아름다운 선을 만들며 바다로 향한다.

바다를 향해 달려나가던 오름은 육지 끝자락에서 절경을 선사한다. 바다 한가운데 자리 잡고 그 자체로 섬이 된 오름도 볼 수 있다. 오름과 관련해선 설문대할망이 제주도를 만들기 위해 앞치마에 흙을 담아 날랐는데 이때 앞치마에 난 구멍에서 떨어진 흙더미가 '오름'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오름은 새로운 눈으로 제주를 발견하는 장소다. 오름에 오르거나 오름 사이를 지나며 접하는 제주의 풍경 때문이다.
100m 남짓하지만 저마다 다른 얼굴로 제주의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화산활동 이야기를 듣다보면 오름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진다. 대부분은 용암이 지표면을 뚫고 나온 '분화구'와 관련된 이야기다. 분출된 용암이 흐르며 만든 용암 계곡과 동굴, 화산활동 당시 만들어진 화산탄, 바위의 형태로 알 수 있는 용암의 종류 등이다. 분화구는 오랜 세월을 지나며 길을 잃기 쉬운 습지나 밀림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출입이 통제된다. 덕분에 다양한 식물군이 자라는 식물의 보고로 남았다.


■비공개 구간 ‘벵뒤굴’ 복잡한 미로같아… 내부가 뱀처럼 생긴 ‘김녕굴’ 독특

360여 개에 이르는 오름 가운데 분화구의 생생한 현장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굴의 중심지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서 만나볼 수 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이를 형성한 모체인 거문오름 분화구에서 솟은 용암이 경사가 낮은 바다 쪽을 향해 흐르면서 만든 선흘수직동굴, 벵뒤굴, 웃산전굴, 북오름동굴, 대림동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을 통칭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용암이 수차례 흐르면서 미로형, 수직형 등 다양한 동굴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바다와 만나는 부분에 자리한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은 조개껍데기의 석회 성분이 녹아들어 2차 생성 활동이 진행되는 주목해야 할 동굴이다.

오는 10월 1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세계유산축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행사에 맞춰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벵뒤굴, 김녕굴, 만장굴 비공개구간 등을 찾아갔다. 1만년 전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렀던 흔적을 걷는 워킹투어 코스 중 하나다. 워킹투어는 거문오름에서부터 월정리까지 약 265㎞, 4개 구간으로 구성됐다. 비공개 구간인 벵뒤굴은 동굴 총길이가 4481m로 세계적으로 가장 복잡한 미로형 동굴에 속한다. 용암류가 평평한 대지상에서 복잡한 유로를 가지며 연속적으로 흘러 형성되는 미로형 용암동굴의 생성과정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가진 동굴이다. 지표면 가까이 생성돼 동굴 천장과 지표가 매우 얇아 함몰된 입구가 여러 개 있으며, 동굴 내부에는 곳곳에 2층, 3층의 동굴구조와 용암석주, 용암교 등과 같은 동굴지형이 잘 발달돼 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대표적인 동굴이라고 할 수 있는 김녕굴과 만장굴은 원래 하나로 이어진 동굴이었으나 동굴 내부를 흐르던 용암에 의해 중간 부분이 막히면서 분리됐다. 만장굴은 거문오름이 만든 용암동굴 가운데 유일하게 일부가 일반에 개방된 곳으로 내부가 잘 보존됐다. 학술적·경관적 가치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동굴로 꼽힌다. 전체 길이 약 7.4㎞ 중 1㎞ 구간만 관람이 가능하다. 동굴에 들어서면 시간이 순식간에 수십만년 전으로 돌아간다. 용암 유선, 용암 선반, 용암 표석 등 다양한 용암 생성물이 오래전에 이곳으로 용암이 가득 차 흘렀음을 보여준다. 만장굴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 김녕굴은 동굴의 내부 형태가 뱀처럼 생겼다 해서 '사굴'이라고도 불린다. 입구는 뱀의 머리부분처럼 크게 벌어져 있지만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뱀의 형체처럼 점점 가늘게 형성돼 있다. 동굴 끝부분에 발달된 대규모의 용암폭포, 다량의 용암이 흘러내린 동굴바닥의 형상 등이 특이하다. 김녕굴은 만장굴과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거문오름 트레킹… 정상엔 오름군락 파노라마, 분화구 중심엔 원시림 ‘곶자왈’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앞에서 출발하는 거문오름 탐방은 총 3개 코스로 구성된다. 약 1.8㎞로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정상 코스, 약 5.5㎞로 2시간30분 정도 소요되는 분화구 코스, 약 10㎞로 3시간30분 정도 소요되는 전체(태극길) 코스가 있다. 입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허용되며, 화요일과 명절 당일은 쉰다. 물 이외 음식물 반입은 금지되고, 샌들이나 구두를 신으면 탐방이 불가하니 운동화나 등산화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우산, 스틱, 아이젠도 사용할 수 없다.

거문오름 탐방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출발한다. 삼나무 군락지와 정상 지점을 지나 전망대에 닿으면 사방이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올록볼록 솟은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장관을 이룬다. 아래로는 동북쪽 화구벽이 허물어져 말발굽 형태로 굳은 분화구의 형태가 한눈에 보인다. 분화구 안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된다. 1시간30분 남짓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걷는 동안 원시 자연을 연상시키는 용암 협곡과 수십m 깊이의 수직 동굴, 땅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풍혈 등 신비한 화산지형과 만난다. 분화구 중심에는 제주의 독특한 생태인 곶자왈이 펼쳐진다. 흙 한줌 없이 화산암밖에 없는 척박한 환경에도 나무들이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울창하게 숲을 이룬 풍경이 신비롭다.
거문오름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와 함께 둘러보면 훨씬 풍부하고 깊이있게 살펴볼 수 있다. 제주도의 탄생 과정과 지질구조, 한라산의 생태 등을 알기 쉽게 풀어놓아 아이들 현장 학습 코스로 활용하면 좋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등도 영상과 전시 모형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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