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줄줄이 패소, 보험상품 판매 관행에 경종

      2021.07.23 15:27   수정 : 2021.07.23 15: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얼마전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이 4000억원대 즉시연금 소송에서 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5부는 지난 21일 연금 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미지급 연금액 청구고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가입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약 3년만이다.

다만 1심 판결이어서 재판이 최종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 번에 넣고 매달 연금(이자)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원금을 돌려받는 상속만기형 상품이다.
이자도 받고 원금도 돌려받는 조건이라 고객들이 선호했다. 분쟁은 지난 2017년 가입자들이 매달 받기로 한 연금액이 당초보다 적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내면서 시작했다. 당시 금감원은 삼성생명을 포함해 총 10개 보험사에게 가입자 16만명한테 약 1조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삼성생명 4000억원, 한화생명 850억원, 교보생명 700억원 등이다.

보험사들이 이에 불복하자 가입자들이 소송을 냈다. 앞서 법원은 작년 11월부터 올 6월까지 진행된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 1심 소송에서도 줄줄이 가입자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매달 지급하는 연금 일부를 사업비 명목으로 떼면서 이를 가입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봤다. 보험사가 보험료 운용방식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약관에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분명한 건 약관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면죄부가 결코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올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됐다. 핵심은 금융상품을 팔 때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충분하고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법원 판결도 이런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금소법 시행은 금융기관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통상 약관은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금융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만큼 상품 구조도 복잡하고 까다롭다. 금융기관이 상품을 처음 설계할때 손해를 감수하고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소중한 돈을 맡기면서 제대로 상품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 참에 금융기관 스스로 고객 신뢰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이길 바란다.
금융은 신뢰가 생명이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금융기관이 어떻게 소비자를 대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줬다.
고객이 믿고 맡길 때 금융기관 신뢰도도 올라간다. 모든 걸 고객의 눈높이에서 판단하면 될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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