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과 우려 속 도쿄올림픽 막 올랐다...'굳은 표정' 일왕, 개회 선언

      2021.07.23 23:51   수정 : 2021.07.24 00:33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혼란과 우려 속에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 끝에 23일 개막했다.

이날 오후 8시부터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개막식은 근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무관객'으로 열렸다.

6만8000석 규모의 거의 모든 관중석은 텅비었다. '일반 관중'을 제외한 채 나루히토 일왕,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 등 일본 국내외 주요 인사, 각국 올림픽 관계자, 취재진 등 총 950명만 입장한 채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당초엔 1만명까지는 입장시키고자 했으나, 델타형 변이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간접적으로 도쿄올림픽 개최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는 나루히토 일왕은 마사코 왕비를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 참석했다. 일왕의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위원장)은 그간의 힘겨웠던 올림픽 준비 과정을 의식한 듯 개회식 연설을 하면서 울먹였다. 도쿄올림픽 패럴림픽의 명예총재인 나루히토 일왕은 "근대 올림피아드를 '기념하며' 경기 대회의 개회를 선언한다"고 개회선언을 했다. 당초 예고됐던 대로, "축하하며"라는 표현은 삭제됐다. 일본 국내외 우려 속에서 코로나 감염 확산을 무릅쓰고 여는 대회인 점을 감안할 때 '축하'라는 표현을 도저히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려에도 불구, 선수들은 대체로 밝은 표정이었다. 오후 8시38분부터 '드래곤 퀘스트'등 일본의 유명 게임 음악에 맞춰 각국 선수단이 마스크를 쓴 채 입장했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20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소속팀과 난민대표팀 등 206개 참가국의 선수단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자원봉사자들의 환영 아래 경기장 중앙에 마련된 무대를 일렬로 관통하며 행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남녀 성균형 정책에 따라 각 나라는 남녀 공동 기수를 선임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일본어 국가 표기 순서에 따라 103번째로 입장했다. 남녀 공동기수 황선우(수영)와 김연경(배구)을 필두로 장인화 선수단장 등 30명의 한국 선수단은 베이지색 하의와 연녹색 자켓 정장에 태극기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에 들어왔다. 한국 선수단은 선수 232명, 임원 122명 등 29개 종목에 걸쳐 354명을 도쿄올림픽에 파견했으나 경기 일정, 감염 우려 등을 고려해 최소 인원만 입장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선수단이 입장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윤리위원장에 재선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어 환영했다. 저녁 시간임에도 체감기온이 섭씨 31도까지 치솟으면서, 더위에 지친 듯한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올림픽은 우여곡절 끝에 개막했으나, 앞으로가 문제다. 이미 일본 정부와 IOC가 제시한 '버블 방역'(선수 및 대회 관계자를 거품에 가두듯 행동 제한)은 곳곳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방역수칙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개막식 중 나루히토 일왕 등이 착석한 귀빈석에서 한 인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일부 선수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이미 올림픽 선수촌 안팎에서 선수 11명의 감염이 확인됐으며, 이를 포함해 대회 관계자 등 총 10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기권선언이 나오고 있다.
선수촌 등지에서 집단감염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장 밖에선 올림픽 취소 시위가 열렸다.
여론의 우려와 반대에도 강행한 도쿄올림픽을 안전하게 치를 수 있을지 세계의 시선이 도쿄에 집중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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