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갈라진 제주민심 "성산주민 희생양" "사실상 백지화 선언"
2021.07.25 14:00
수정 : 2021.07.25 22:41기사원문
이번 결정으로 공은 다시 국토부로 넘어왔다.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2019년 10월·12월 두 차례의 보완요청에 걸쳐 지난해 6월 환경부로부터 추가 보완 요청을 받아 제출된 것이다.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면, 평가서 본안을 다시 작성해 협의절차를 밟아야 한다.
앞서 환경부는 현재 안으로는 사업 예정지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숨골, 용암동굴를 보호할 수 없고, 조류 충돌 위험이 있어 안전하지도 않다며 반려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토부의 최종 결정전까지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도민사회 갈등이 다시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협의는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절차를 진행하기 전 마지막 과정이다. 협의 결과는 동의, 조건부 동의, 부동의(재검토), 반려 등 4가지 중 하나를 제시하게 된다. 이 중 '부동의'나 '반려'는 현 계획안 상의 사업은 사실상 무산됨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국토부는 반려와 부동의의 의미는 전혀 다르다며 환경부가 부동의를 했다면 사업 추진이 어렵겠지만, 반려이기 때문에 반려 사유를 해소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작성해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찬성단체, 안전·편의 외면…"정치적 희생양 됐다" 성토
제주 제2공항 건설촉구 범도민연대와 성산읍 청년희망포럼은 22일 "제2공항으로 인해 정치적 희생양이 된 성산주민을 잊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이들은 "제2공항은 성산읍 주민들이 요청해서 추진된 국책사업이 아니다"라면서 "제2공항 찬성하는 주민들은 6년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피해주민이 됐고, 제2공항의 희망고문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토로했다.
오병관 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장은 "기존 공항의 안전에 문제가 있음에도 환경부가 반려 결정을 한 것은 정치적 행위"라며 "제주도민을 비롯해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외면한 중대한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2공항은 제주지사로서 분권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던 사례"라며 "중앙정부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지방에서 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기존 제주국제공항 확장만으로는 공항 인프라 확충을 달성할 수 없다"며 제2공항 건설 찬성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왔다.
■ 반대단체 "사실상 백지화"…제주공항시설 현대화 촉구
제2공항 예정지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고용호 제주도의원도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쓴소리를 냈다. 제2공항 대안을 모색하는 같은 당 소속 제주지역 송재호·오영훈·위성곤 국회의원 3인에게 "환경부의 반려 결정이 나오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6년이란 긴 세월을 참고 견뎌온 성산읍 주민의 갈등과 고통을 뒤로한 채 제주지역 미래를 저버리고 본인들의 표를 의식하는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들은 공동 논평을 통해 "환경부의 최종 결정을 존중한다"며 "도민들과 함께 갈등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 향상과 안전성, 편리성, 지역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춰 고민해 새로운 대안과 해법을 찾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도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와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은 "3차례 보완 의견 이후 재보완서에 대한 반려 조치라 점에서 사실상 부동의 취지라고 본다"며 "우리는 제2공항 건설계획이 백지화되었음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기존 제주공항의 시설 현대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쓰레기와 오·폐수 문제, 난개발, 치솟는 땅값 상승 등으로 제주도민의 삶의 질은 악화하고 있다"며 "제주의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을 적정 외부 관광객의 규모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도민들의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545만7000㎡ 면적에 5조1229억원을 들여 제2공항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