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5명이 김홍빈 외면” 도왔던 러시아 산악인 증언 나왔다

      2021.07.26 05:08   수정 : 2021.07.26 05: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조난됐던 김홍빈(57) 대장을 가장 먼저 구하러 나섰던 러시아 산악인 비탈리 라조(48)가 “최소 15명의 산악인들이 김 대장 상황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고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브로드피크(8047m) 정상을 정복해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고 하산하다 실종된 김 대장 수색이 1주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라조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자신이 속한 데스존프리라이드(deathzonefreeride) 인스타그램 계정에 글을 남기고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당신들은 SNS에서 8000m를 정복한 용감한 사람들이고 영웅일지 모른다”면서도 “당신들은 인간성을 상실한 한심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올렸다.

라조는 지난 18일 중국과 파키스탄 국경에 걸쳐있는 브로드피크에 등정한 뒤 하산하다 조난된 김 대장 구조 요청에 가장 먼저 응했던 산악인이다.
라조가 김 대장을 봤을 때 이미 그는 14시간 넘게 벼랑에서 버틴 상황이라 매우 지쳐있었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김 대장은 라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정도로 안정된 상태였다.

라조가 러시아 산악 사이트 ‘risk.ru’에 올린 보고서에 따르면, 김 대장은 크레바스(빙하 틈)에 떨어진 게 아니라 러시아 여성 아나스타샤 루노바가 실족해 매달려 있는 로프를 보고 정상 루트로 착각해 벼랑 아래로 내려왔다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라조는 뒤늦게 김 대장의 상황을 인지하고 구조에 나섰다. 라조가 주마(등강기)를 이용해 김 대장을 구하려 했지만 주마에 문제가 생겼고, 결국 김 대장은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라조는 인스타그램에 김 대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10분 후 김 대장이 로프를 타고 오르다 벼랑 아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라조는 “적어도 15명이 김 대장을 지나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조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고 상황을 무전기나 인리치(구조 신호를 보내는 장치)를 통해 알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인 김 대장을 구조할 힘이 없었다면 인정하겠다”면서도 “하지만 왜 사고를 알리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따져 물었다.


라조는 “불행하게도 현대의 영웅적인 등반가들에게는 도덕성이 없다”며 “산에 가는 것이 위험한 게 아니라 사람 때문에 위험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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