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의 나라
2021.07.26 18:00
수정 : 2021.07.26 18:00기사원문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25일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의 여궁사들이 영화보다 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강채영·장민희·안산으로 구성된 대표팀이 여자단체전에서 올림픽 9연패라는 금자탑을 세우면서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연면히 이어져온 태극 낭자들의 집중력이 이번에 도쿄만에서 불어오는 변덕스러운 바닷바람도 이겨낸 셈이다.
신궁의 피는 못 속이는 건가.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궁사들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5년 전 리우 대회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 전 종목을 석권(남녀 개인·단체전 4개)했던 한국팀이다. 이번 대회에선 처음 도입된 혼성단체전에서 24일 첫 금메달을 땄다.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 등 새내기들이 새 역사를 써 내려간 것이다.
외신들도 한국 양궁의 저력을 놀라워했다. AP통신의 한 기자는 "(훌륭한) 훈련 프로그램과 코칭"을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러나 정작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철저히 실력 위주로 고르는 대표 발탁시스템이 그것이다. 이번 혼성단체전 대표도 23일 도쿄 현지에서 가진 랭킹 라운드가 마지막 선발전이었다. 여하한 청탁이 끼어들 여지도 없이 남녀 대표 모두 막내인 김제덕과 안산이 뽑혔다. 결국 화수분처럼 신진 궁사들을 배출하는 공정한 선발시스템이 한국 양궁의 롱런 비결이란 뜻이다. 비리와 반칙이 끊이지 않은 요즘 한국 사회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