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는 부실공정 탓
2021.07.28 10:25
수정 : 2021.07.28 10: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철거건물 붕괴 및 시내버스 매몰사고의 원인은 수평 하중을 검토하지 않은 부실 공정 탓이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하층부 일부를 부순 건물 뒤쪽에 흙더미(성토체)를 쌓고 굴착기로 철거 작업을 진행했는데, 하층부 바닥에 폐기물 등이 쌓이면서 수평 하중이 앞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8일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5층 건물 붕괴 참사 중간 수사 브리핑을 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감정 결과 적절한 구조 검토 없이 진행된 철거 과정에 발생한 수평 하중에 의해 건물이 붕괴된 것으로 드러났다.
철거 과정 문제점은 △건물 외벽 강도와 무관한 철거 작업 진행 △하층부 일부 철거 뒤 건물 내부 성토체 조성 △수평 하중에 취약한 'ㄷ자 형태'로 철거 진행 △1층 바닥 하중 증가·지하 보강 조치 미실시로 조사됐다.
특히 철계 계획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계획서상 공정은 △건물 측벽 철거 △최대 높이까지 압쇄·철거 △잔재물 깔아올림 △잔재물 위로 장비(유압 설비 장착 굴삭기) 올라탐 △5층부터 외벽·방벽·바닥·천장 순 철거 △3층 해체 뒤 장비 지상 이동 △1~2층 해체 △잔재물 정리·반출 등의 순서였다.
하지만 실제 고층부터 철거가 이뤄지지 않았고 하층 일부를 먼저 부수고 내부에 흙더미를 쌓았다. 이어 흙더미 상부에서 긴 붐과 암이 장착된 굴착기로 옥탑 건물을 포함한 4~5층을 철거하고, 흙더미를 제거한 뒤 1~3층을 철거하지 않은 것이다.
이 과정에 기둥 일부는 철거됐다. 흙더미에 굴착기가 올라가 바닥 하중이 증가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철거를 강행했다.
부서진 폐기물들이 흙더미 무게를 증가시켰고, 흙더미가 아래로 쏟아지면서 도로 쪽으로 통째로 건물이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지하층 내 '밥' 부실 설치 △수직·수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공법(흙더미 활용 하향식 압쇄) △작업 절차 무시 철거(후면·저층부터 압쇄) △건물 지지용 쇠줄 미설치 △과도한 살수 △굴착기 무게 △흙더미 유실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수평 하중이 쏠린 것으로 봤다.
경찰은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분석 결과보고서 내용까지 충분히 검토한 뒤 참사 직접 책임자의 사건 처리에 반영할 방침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직·간접적 책임이 드러난 23명을 입건했다. 이 중 9명은 붕괴 책임 관련자고, 나머지 14명은 무리한 철거 공정과 불법 재하도급을 초래한 재개발사업 비리 의혹 관련자다.
23명 중 원청 현대산업개발 현장 소장, 공정 감독을 도맡은 하청사 2곳(한솔·다원이앤씨) 현장 소장, 백솔 대표(굴착기 기사), 감리자, 철거업체 선정 개입 브로커 등 6명은 구속됐다.
공정별 하청 철거 계약 구조는 △일반 건축물(재개발조합→현대산업개발→한솔·다원이앤씨→백솔) △석면(조합→다원이앤씨→백솔) △지장물(조합→한솔·다원이앤씨·거산건설)로 파악됐다.
한편 지난달 9일 오후 4시 22분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철거중인 5층 건물이 무너져 인근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