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아트 배우고 병원 진료도 받고… 여기는 은행입니다
2021.07.28 18:34
수정 : 2021.07.28 18:34기사원문
요일마다 시간마다 그 모습을 바꾸는 은행 지점이 있다. 주말에는 무료 병원이 됐다가 평일에는 문화공간 또는 직업교육 강의실로도 이용이 되는 지점.
하나은행이 운영하는 '컬처뱅크' 천안역지점이 그곳이다. 은행 지점 변신 절정을 보여주는 곳으로 일주일에 수 백명이 이곳을 방문한다.
■ 지점에서 네일아트 교육도
28일 찾은 이 곳에서는 직업교육의 일환으로 네일아트 수업이 한창이었다. 한국인 강사가 매니큐어 바르는 시범을 보이자 여섯 명의 수강생들이 강사 옆으로 옹기종기 모였다. 수강생들은 모두 결혼 이주민 여성들이다. 이미 1~2년 동안 이곳에서 교육을 받아왔던 터라 서로 친밀한 사이다. 이들은 "네일을 바를 땐 뭉치지 않게 펴줘야 해요"라고 능숙한 한국어로 농담을 주고받다가도 강사의 설명이 이어지자 눈을 반짝였다.
토요일이 되면 이 공간은 어린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 채워진다. 결혼 이주 여성들의 자녀들이 엄마 손을 잡고 컬처뱅크를 방문해서다. 아이들은 '엄마' 나라의 글자를 배우고 전통 노래를 함께 부르며 자연스레 공동체 문화에 스며들게 된다. 천안역지점은 사실상 '외국인 주민센터'에 가깝다.
1층 하나은행 창구 위에 위치한 '글로벌커뮤니티센터'에는 매일 200여명의 외국인 주민들이 모인다. 넓게 펼쳐진 강의 공간은 요일마다 그 모습을 달리한다. 평일에는 직업교육 강의실로, 토요일에는 국가별 공동체 체험공간으로, 일요일에는 간이 병원으로 변신한다.
■"주민이 아프면 맨처음 방문하는 곳"
하나은행이 컬처뱅크를 만든 이유는 지역 사회와 열린 소통을 위해서다. 하나은행 천안역지점 관계자는 "2년 전 천안에 새로 둥지를 틀었을 때만 해도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라며 "지역 사회,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 이들과 자연스럽게 국내 문화에 융화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선택한 것은 이주민과의 '신뢰관계 형성'이었다. 컬처뱅크 5호점은 토요일마다 불법체류자들을 위한 공동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개설 초기만 해도 불법체류 노동자들은 당국에 검거될 수 있단 불안감 때문에 센터 방문을 망설였다. 컬처뱅크 측은 이들에게 센터에서 만큼은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신뢰관계를 형성했고 지금은 불법체류자들도 믿고 방문하는 공간이 됐다.
입원까지 책임지는 '일요 간이 병원' 서비스는 이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컬처뱅크 5호점은 무료 진료 봉사 단체인 '라파엘 클리닉'과의 협업을 통해 격주 일요일마다 외국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단한 내과 검진부터 입원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관내 대학병원과 협력해 입원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제는 아픈 곳이 생기면 외국 주민들이 맨처름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컬처뱅크 5호점은 앞으로 공동체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박지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