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 사라진 신림 고시촌… 원룸으로 바꿔가며 생존 안간힘
2021.07.29 18:24
수정 : 2021.07.29 19:09기사원문
■ 코로나 여파 서점 10곳중 8곳 폐점
신림동 고시촌은 2009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고, 2017년 사법고시도 폐지되면서 상권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림동 소재 A공인중개업자 정모씨는 "고시촌 일대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 절반은 사실상 영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업하고 매물을 내놔도 임차 수요가 거의 없다"며 "권리금도 예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받고 떠나려고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고시생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던 서점도 1년새 8곳이 사라지고 단 두 곳만이 남았다.
20년째 신림동에서 서점을 운영해 온 박모씨는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지금 같은 올림픽 시즌에 거리가 왁자지껄했을 것"이라며 "4단계 거리두기로 하루에 1~2명 정도 손님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점 바로 옆 문구점은 휴업을 알리는 표시만 남긴 채 굳게 닫혀 있었다.
원룸 사정도 마찬가지다. 고시촌 인근 부동산중개업자 B씨는 "공실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다인실 고시원을 원룸처럼 1인실로 개조하는 임대인들이 늘어났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공용시설을 꺼리는 수요 때문"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의 명물 이른바 '컵밥거리'는 끼니를 해결하고 학원·독서실로 발걸음을 서두르는 수험생들이 눈에 띄었다.
노량진 만양로 입구부터 사육신 공원 앞 육교까지 자리한 컵밥거리도 종전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한창 저녁 시간인 오후 6시였지만 영업 중인 가게는 23곳 중 4곳에 그쳤다.
■ 주머니 사정 팍팍한 고시생 '한숨'
소규모 독서실이 폐업한 빈 자리에는 대형 공무원학원이 파고들었다.
노량진 고시촌 부동산중개업자 C씨는 "전통적 형태의 독서실은 그 인기가 시들해졌다"며 "업종을 바꿔 스터디카페 등을 여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났지만, 학원과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노량진 고시원에 정착한 김모씨(27)는 "남아 있는 소규모 독서실은 관리 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라 학원 독서실을 찾게 되는 분위기"라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는 수험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고시생들이 학원 독서실 비용까지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3년째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유모씨(30)는 "학원비는 보통 한 달에 50만원정도 나간다. 1년이면 600만원, 2년이면 1200만원"이라며 "학원비에 월세, 생활비, 책값 등을 합치면 이보다 더 나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부모님에게 계속 의지할 수 없어 1명 뽑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어렵게 구했는데 델타 변이까지 퍼지는 걸 보니 일하기도 불안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고시생 박모씨(28)는 "보통 고시원보다 원룸이 10만~20만원 비싸서 비용이 부담됐지만, 요즘 같은 폭염에 공용에어컨만 가동하는 고시원에서는 공부하기 괴롭다"며 "이동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학원 독서실도 등록했는데 한 달에 40만~50만원이 더 필요해 n잡(여러 가지 일자리)을 뛰는 중"이라며 생활의 고충을 토로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우아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