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정면으로 맞설때 비로소 마주하는 ‘나’
2021.07.30 04:00
수정 : 2021.07.30 03:59기사원문
이번 올림픽에서는 특히 세대와 배경을 초월한 화합의 정신이 돋보인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낀 색안경을 잠시 벗게 만든다. 너무 어려서, 나이가 많아서, 가난하거나 부자라서, 좋은 대학을 나와서, 고졸이라서, 장애인이거나 성소수자라서, 혹은 그런 당사자성이 없기 때문에 당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거나 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기, 그런 말들이 편견에 지나지 않음을 단호하게 증명하는 두 권의 책이 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판미동 펴냄)의 저자 신순규는 월가의 노련한 애널리스트다. 그는 신실한 기독교인이고, 두 아이의 아버지이며, 봉사단체의 이사이자 1급 시각장애인이기도 하다. 조금의 빛도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증권가의 복잡한 수치들을 해석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그에게 물을 때, 그는 대답한다. "시각장애는 그저 눈이 보이지 않는 것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자신을 스스로 낙관주의자라고 소개하는 저자는 장애인이 가진 신체적인 불편이 자존심과 자신감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불편함이 자신의 정체성이 될 수는 없다고 못박는다. "내가 나인 것은 나의 가치관과 언행 등에서 비롯되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언행과는 별로 상관이 없으니 네가 너인 것을 절대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저자의 말을 듣다 보면 그가 강조하는 견고한 삶의 미학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동양인, 입양가정, 외국인, 시각장애인 등 엘리트 백인 중심의 세계에서 다양한 소수자성을 가진 그는 평생 편견에 맞서 싸워왔을 것이다. 그러나 삶의 밝은 면을 바라보고 싶다는 그의 글에는 어떤 피해의식도 없다. 직선적으로 오직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글들이 단단하고 상쾌하다.
'청년 도배사 이야기'(궁리 펴냄)에서 저자 배윤슬이 마주하는 편견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의 저자가 마주한 그것과는 다소 뉘앙스가 다르다. 내로라하는 대학 출신의 사회복지사였던 저자는 공감할 수 없는 선별 기준 속에서 간절한 신청인들을 탈락시키는 것에 괴로움을 느껴 어느날 일터를 떠난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온전한 내 몫을 감당하면 되는 기술직을 찾던 저자가 선택한 직업은 '도배사'였다. "누구나 큰 제약 없이, 초기 자본 없이도 시작" 할 수 있지만 "십중팔구 시작한 후 한달 내에 그만두게" 된다는 고된 노동 현장에서 몇 년을 버틴 그는 몸의 아픔보다 편견 어린 시선을 견디는 것이 더 힘들다고 고백한다. 좋은 대학 나온 젊은 애가 왜 막노동을 하냐는 투의, 육체노동을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이겨내는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편견과 선입견에서 누구도 완전하게 자유로워질 수는 없지만 복합적인 특성으로 이뤄진 한 사람을 단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잘라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소위 '노가다'에 얽힌 편견을 차분하게 반박하며 "거창하지 않더라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해진 길에서 이탈하는 일에 집단적인 공포가 있는 한국에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편견을 벗어나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두 권의 책은 모두 자기 확신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가는 자세를 답으로 말하고 있다. "나 다운 게 뭔데?"라는 대사는 소년만화의 전유물이 아니다. 편견에 막혀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이 있다면 위 대사를 힘차게 외치고 당장 도전해보자. 우리의 삶은 현재진행형이기에, 오늘의 도전이 내일의 나를 더 '나 답게' 살게 할 것이다.
한지수 교보문고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