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벽화’ 건물주 결국 한 발 뺐다 “문구는 지울게”
2021.07.30 05:03
수정 : 2021.07.30 07:45기사원문
30일 복수 매체에 따르면, 여씨는 전날 “그림만 남겨놓고 ‘쥴리의 꿈’ 등 지적 받은 문구를 내일 전부 지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즉 이날 삭제 조치 하겠다는 뜻이다.
문제의 그림은 이달 중순 여씨가 작가에게 의뢰해 설치했다. 종로구 관철동의 한 건물 옆면에 그려진 가로 약 15m, 세로 2.5m 길이의 벽화다. 첫 번째 벽화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는 글이, 두 번째 벽화에는 한 여성의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에 하루 종일 여론은 뜨거웠다. 그럼에도 여씨는 “벽화를 그린 김에 재미있게 하려고 풍자 그림을 그렸다”며 “쥴리가 아니라고 하면 내릴 필요가 뭐 있겠느냐”라며 꿈쩍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하나 둘 격한 반응을 쏟아내며 사태의 규모가 커지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여씨는 삭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막돼먹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한 여성을 이런 식으로 인격살인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측도 “법률 조치는 하지 않겠지만, 참담한 일”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여씨는 삭제 이유에 대해 “배후설 등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는 뜻”이라며 “주변에서 ‘왜 이렇게 힘들 게 사냐’고 걱정을 많이 해 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림은 그대로 놔둘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씨는 문구를 삭제한 자리에 ‘통곡의 벽’ 현수막을 설치할 예정이다. 여씨는 이와 관련 “그 자리를 시민들이 맘껏 표현하고 풍자할 수 있게 낙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정치 성향에 상관없이 개방한다”고 강조했다.
여씨는 아울러 보수 언론이 보도하고 윤 전 총장 팬들이 몰려와 문제를 제기하면서 판이 커졌다고 항변했다. 그는 “처음엔 누가 쳐다보지도, 사진을 찍지도 않았다”며 “윤석열 팬들이 언론보도를 보고 와서 난리를 피우니까 일이 확대 재생산되고 커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은 정치권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문재인 정권 부동산 정책으로 세금 두드려 맞는 것도 싫다”며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 문 대통령 지지자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