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세계 최강항공모함 가질 수 있나(상)

      2021.07.31 06:00   수정 : 2021.08.01 18: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반도 주변국의 군사적 경쟁 특히 항공모함 보유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10위권 내외의 국가는 모두 예외 없이 국가전력으로서 항모를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터키도 경항모 보유를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 상위권 국가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항공모함을 보유하려 들까
엄청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바다 위의 움직이는 거대한 군사기지’가 왜 필요한지, 최근 우리 정부의 경항모 도입 추진을 계기로 각국의 항모 전력화 경쟁을 짚어본다.

■지구촌 최강의 전력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

2017년 11월 한·미 연합훈련 중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전단은 짙푸른 파도를 뚫고 동해 NLL(Northern Limit Line, 북방한계선) 가까이 북상한다.
공중에는 E2 호크아이 조기경보기와 F18 슈퍼호넷 편대가 떠 있고 이지스구축함과 근접 방공구축함, 수중에는 핵잠수함 등의 호위를 받는다. 축구장 3배 넓이 갑판엔 F18 슈퍼호넷, EA18 그라울러 전자전기, MH60R 해상작전헬기 등 함재기가 즐비하다.

갑판의 착함로엔 F18 슈퍼호넷이 빠르게 내려선다. 갑판에 내려앉는 충격과 동시에 어레스팅와이어에 걸려 채여 순간 탄력 있게 멈춰 선다. 이함로엔 F18 슈퍼호넷이 굉음과 함께 엔진 풀파워로 이륙 대기한다. 이때 갑판의 온도는 1000℃까지 올라간다. 엔진에서 뿜어내는 굉음과 강한 열 폭풍, 매캐한 연기와 수증기가 뒤섞인다. 그 사이로 노란색 조끼의 갑판 통제사가 분주히 오간다. 헬멧에 달린 통신포트로 관제탑과 통신을 주고받으며 힘찬 수신호로 전투기 파일로트에게 이륙 신호를 보낸다. 캐터펄트 라인을 따라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슈퍼호넷 전투기는 정확히 그 위를 100여미터 달려 3초 만에 하늘로 솟구친다.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2월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런 사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넘어 지구촌 안보가 출렁이는 상황이었다.

이때 안보전문가와 모든 언론들은 다투어 USS 존 C. 스테니스호(CVN-74) 니미츠급 원자력 항공모함 한반도 파견소식을 알렸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에게 인식되는 항모의 강력한 현시효과(presence effect) 때문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영국에 이어 패권국의 지위로 세계 주도국가가 되었다. 이후 국가위상과 경제력 모두에서 강국 및 부국의 지위를 누려왔다. 그 배경에는 그에 걸맞은 군사적 전력이 있었다.

미국은 현재 항공모함 20대를 보유하고 있다. 캐터펄트식 항공모함 11척(최신 포드급 1척)과 헬리콥터 및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할 수 있는 강습상륙함이 9척(최신 미국급 2척)으로 전 세계의 해군전력을 모두 합쳐도 이길 수 없을 정도라는 평가다. 게다가 지금도 첨단 항공모함을 계획하고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1941년 일본의 항모전단에 의한 진주만 피습을 계기로 참전과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서의 역할 강화에 나서게 된다. 강대한 국력을 항공모함 건조 및 우수한 함재기 개발에 쏟아부어 2차대전 후기에는 에식스급 디젤 항공모함을 줄줄이 뽑아내 일본을 역관광 보낸다. 당시 완성된 미 항모 24척 중 17척이 태평양전쟁 기간 중에 취역했다.

이후 미국은 2차대전 후 소련이 붕괴하기 전까지 양극체제를 이끌었고 소련을 붕괴시키면서 세계 유일의 패권국으로 국가위상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이러한 미국에 항모 전략 자산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미국은 군사전력을 바탕으로 지구촌을 이끌며 안전자산으로 간주하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 현재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항공모함 보유국 유형과 확보조건

항모의 보유국의 유형과 확보조건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경제수준이 높고 임무소요도 명확하여 항모전력이 국가지위와 균형을 이루어 항모 운용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경우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국가는 항모 보유가 군사적 임무소요 해결의 핵심전력일 뿐만 아니라 부강한 경제력을 유지하게 해주는 시너지 효과도 창출케 해준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이다. 반대로 이러한 유형에 해당하지만 항모 보유를 주저한다면 국가 전력의 미비로 국가이익 유지와 안보측면에서 그 지위를 잃을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경제적으로는 항모 확보가 가능하지만 임무가 불확실한 경우이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국가는 장기전략적 측면에서 효과성이 떨어져 지속운용이 제한되지만 항모 보유 자체가 국가지위와 이익을 보장하는 기능적 효과는 있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국가는 항모전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최소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국이다.

세 번째 유형은 경제적으로 빈국에 속하지만 지정학적으로 안보위협과 임무소요가 많은 국가이다. 불충분한 경제여건과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해 노후 항모를 도입하는 경우이다. 항모탑제 항공전력도 제대로 구성할 수 없고 결국 작전효과 하락과 국가 경제 하락으로 지속적 운용이 제한받는다. 항모 보유가 경제력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을 가져와 오히려 균형적 전력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파키스탄과 인도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네 번째 유형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뚜렷한 임무소요나 전략적 필요성이 없는 상황에서 항모를 보유한 국가의 경우이다. 경제가 빈약하고 주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협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정책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태국과 브라질이 이에 해당한다.

■ 항공모함 보유 급속 강화하는 중국... 일본·러시아·영국의 항모

중국은 ‘군사 굴기’를 선언,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형국이다. 현재 2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 추가로 003형 1척을 진수, 전력화한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위성사진을 찍는 미 벤처업체 플래닛 러브스가 올 6월 촬영한 위성영상 등을 분석하면서 캐터펄트를 갖춘 이 항모의 길이가 미 뉴욕의 초고층 빌딩인 크라이슬러 빌딩 높이(319m)와 맞먹는다고 보고 있다. J-15 함재기 외에도 J-31 개발도 추진 중이다. 영국 방위 관련 정보소식통은 중국이 2030년까지 항공모함 5척을 보유할 것으로 예측한다. 궁극적으로는 3개 전단 6~10척으로 증강한다는 것이 영국의 제인연감(Jane’s Yearbooks)과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우리 인근 바다와 동북아를 넘어서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 바다에서 향후 미·중 힘의 충돌이 예상된다.


일본은 현재 이즈모급(2만7000t급)과 휴가급(1만8000t급) 각 2척을 합쳐 4척의 강습헬기형항모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단거리 수직이착륙기 탑재형 항모로 개조 중에 있다. 이즈모급 함은 길이 248m로 프랑스의 핵추진 항모 샤를드골함(4만2000t급) 261.5m에 버금간다. 군사전문가 일각에서는 여기에 오오스미급 3척(1만8000t급)을 합하면 사실상 7척의 강습상륙함 보유로 봐야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2019년 5월 아베 신조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해상자위대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加賀)에 승선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항모보유를 선언한 바 있다. 같은 해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발표한 ‘2019년도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서 수직이착륙기(STOVL) 도입을 결정을 밝혔다. 또 F-35 도입 숫자를 42대에서 147대로 변경했다. 이 가운데 42대를 항모탑재가 가능한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로 결정한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일본의 차기항공모함은 중국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6만t급 이상 7만t급의 영국 항모 퀸엘리자베스급 정규항모 모델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러시아의 전신인 구소련은 냉전 중반까지 경제력과 임무소요 모두에서 항모확보조건을 충족시키는 국가였다. 냉전기간 중 모스크바급(1만5000t) 2척, 키예프급(4만t급 STOVL형) 2척 등 총 6척의 항모를 건조 운용했다. 그러나 국가재정 부족으로 1991년 소련 붕괴 직전 10만t급 항모 건조가 중단되고 1992년에는 해체수순에 들어간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세계 2위의 군사강국임에 분명하다. 러시아 해군은 중형항공모함(6만t급) 1척만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전력은 전략 핵잠수함과 지대함 지원 미사일 전력을 포함하면 세계 2위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현재 수리 중으로 알려진 쿠즈네초프급(5만3000t급) 항모는 재래식 증기터빈과 디젤 혼합 추진 방식으로 연료와 보급 등 전력의 유지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탑재한 전투기 SU-33 12대와 SU-25 15대 조기경보기 등 외에 CIWS(근접방어시스템) 카쉬탄 8문과 AK-630 6문, 대공미사일 192발, 사거리 600Km 이상의 D-700 대함미사일 12발 등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 푸틴 집권 하의 러시아는 예산 난에 시달리면서도 10만t급 핵추진 항모 4척 확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은 퀸엘리자베스급(7만t급) 항공모함 2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 차기 항모는 50년의 수명연한을 가지도록 설계되었는데 이는 항모의 높은 획득비용을 고려하여 한번 획득한 후 최대한 장기간 사용하려는 기획이라 볼 수 있다.
전력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항모전단구성을 갖추어 가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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