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꺼져라" 온라인 비방에 멍드는 선수들..."SNS업체 등 적극 나서야"

      2021.08.01 11:27   수정 : 2021.08.01 13:17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을 통한 선수들에 대한 온라인 비방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극에 달하고 있다. 심리적 충격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 위원회(IOC)는 물론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업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8일 도쿄도 아리아케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체조 남자 개인종합 결승전에서 일본의 하시모토 다이키가 중국의 샤오뤄텅을 선수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자 중국 누리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비방이 이어졌다. 지난 달 30일 CNN은 하시모토가 일부 중국인들의 SNS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 선수가 패배하자 중국 민족주의자들이 인터넷에서 온갖 욕설을 퍼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1일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번역기까지 동원해 "훔친 메달이 밤에 너를 죽인다"는 일본어 메시지까지 보냈다. 결국 국제체조연맹(FIG)이 상세 감점 항목을 공개하고서 "채점 규칙에 비춰보면 올바르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심사는 공정하고 정확했다"는 이례적 성명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하시모토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식 채점 결과가 나왔다. 감점 항목이 제대로 명기돼 있다"며 되레 이런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번 올림픽 양궁 금메달 3관왕인 안산 선수 역시, 국내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남혐 논란에 시달렸다. 급기야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안산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신경 쓰지마라"라는 취지의 말을 전달했다고 한다.


온라인 비방은 각종 SNS 서비스의 발달과 함께 날로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선수 개인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경우가 많다.

개인 SNS계정으로 몰려가 악성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탁구 혼합복식에서 중국을 누르고 승리한 미즈타니 준(일본)은 "죽어라", "꺼져라" 등의 폭언이 개별 메시지로 쏟아졌다고 밝혔다. 체조의 무라카미 마이(일본)도 29일 경기를 마친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중상하는 메시지가 있다면서 "보고 싶지 않아도 멋대로 들어온다. 매우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식 최종 성화 주자였던 오사카 나오미 역시, 이번 올림픽에서 16강에서 탈락하자 SNS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인종차별적 공격에 시달렸다. 앞서 지난 달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전에서 실축했다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인종차별적 혐오를 당했다고 밝힌 부카요 사카(19·아스널)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을 직접 거론하며 "누구도 혐오스럽고 상처 주는 메시지를 받지 않길 바란다"며 이들 SNS회사가 혐오 게시물 차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는 선수 비방 글을 올린 계정들을 차단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악플'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다카야 마사노리 조직위 대변인은 선수 개인에 대한 온라인 비상 사태에 대해 "대회 기간에는 조직위가, 대회가 끝나면 선수의 소속 단체 등에서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SNS상에서의 선수에 대한 비난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IOC는 선수를 위한 상담 전화를 개설해 놓은 상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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