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제한인데 특수 있을리가…" 자영업자들의 씁쓸한 올림픽
2021.08.01 18:27
수정 : 2021.08.01 19:39기사원문
"올림픽 특수요? 옛말이 됐죠."
서울 마포구 홍대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50대 A씨가 말했다. 올림픽 중계를 보는 응원객으로 매장이 북적이던 '대목'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최근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은 하루 10건이 안 될 정도로 줄었다.
■공허한 올림픽 중계 소리
2020 도쿄올림픽 축구와 야구, 여자배구 경기가 동시에 열려 볼거리 풍성했던 지난 7월 31일 저녁. 서울 홍대 번화가 거리는 썰렁하기만 했다. 지난 올림픽이었다면 매장마다 응원객이 자리 잡고 술잔을 부딪쳤겠지만 올해 분위기는 달랐다.
5년째 홍대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씨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두달 전 올림픽 특수를 예상해 빔 프로젝터와 대형 스크린을 장만했으나 모두 헛수고가 됐다. 거리두기 4단계가 올림픽 폐막일인 8일까지 연장되면서 손님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날 고깃집에는 축구 중계 소리 외에 적막만이 감돌았다.
이씨는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이전보다 매출이 60~70% 이상 감소했다"며 "5년간 매장을 운영하면서 이렇게 매일이 고비인 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작년 3월 합정역 인근에 주점을 연 B씨는 월 8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겨우 내고 있다. 주로 저녁에 손님이 몰리는 주점의 특성상 거리두기 4단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저녁 시간에는 겨우 한 테이블 손님을 받았다. B씨는 "개점 초기인 작년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 거리두기 강화 이야기까지 나오니 한숨이 나온다"라며 "한 달 전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새로 고용했지만 주말조차 가게를 찾는 손님이 없으니 오늘은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배달이 용이한 치킨집의 사정은 그나마 나았다. 홍대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밀려드는 주문량을 튀기기 위해 손을 바삐 움직였다. 배달 앱을 통해 치킨을 주문하는 수요는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이전 대비 1.5배가량 늘었다.
다만 매장은 고요했다. TV 중계 화면 속 한국 선수가 골을 넣어도 환호하는 이는 주인 뿐이었다. 그는 "올림픽 특수는 배달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라며 "평일엔 매장 손님이 아예 없고, 주말엔 하루 동안 다섯 팀이 올까 말까 한다"라고 울상을 지었다.
■잡히지 않는 코로나 확산세
자영업자의 계속된 희생에도 코로나19 확산세는 잡히지 않는 추세다. 이날 0시 기준은 신규 확진자는 1442명으로 나타나, 26일째 네자릿수 확진자를 기록했다.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정부는 '4단계' 연장 또는 추가 조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향후 코로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은 대응이 아니라 예방이 중요하다"라며 "정부가 델타 변이의 전파력에 대해 사전에 조사하고 선제적 방역 강화 조치에 나섰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 교수는 "7월 중순부터 시행한 수도권 '4단계'는 이미 늦은 조치라고 봐야한다"며 "향후 확산세를 잡기 위해선 방역을 더 강화해야 하는 게 맞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사각지대나 풍선효과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며 "거리두기 단계를 아무리 높여도 전국적 통금 정도의 수준이 아니면 확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결국 백신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박지연 우아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