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안심숙소 가족전염 방파제 ‘우뚝’
2021.08.02 02:00
수정 : 2021.08.02 0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양=강근주 기자】 “처음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을 때는 너무도 막막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6월 고양시 안심숙소인 동양인재개발원에 274번째로 입소한 초등학교 여교사 A씨는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집에는 고등학생 수험생 아들이 있지, 친척집에 가기도 민폐지. 다행히 안심숙소를 소개받아 안전하고 편하게 격리기간을 보내게 됐다”며 “인터넷과 방음이 잘 돼 있어, 화상 수업 진행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안심카(car), 안심콜(call) 등 안심시리즈로 K-방역 선두주자로 떠오른 고양시가 ‘안심숙소’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보건소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다른 가족과 생활공간 분리가 불가능하거나, 가족 구성원이 많아 격리 중 전파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안심숙소 입소를 추천한다. 물론 대상자 본인이 요청하는 경우에도 보건소를 통해 안심숙소 입소 가능 여부에 대해 안내 받을 수 있다.
◇안심숙소 4곳 운영…이용자 편의 적극 반영
고양시는 △킨텍스 카라반 △중부대학교 기숙사 △동양인재개발원 △NH인재원 등 4곳의 안심숙소를 운영해왔다. 현재 운영 중인 안심숙소는 △킨텍스 카라반과 △NH인재원이다.
작년 9월22일 킨텍스 캠핑장 내 16대 카라반을 이용, 개인별 공간을 확보해 자가격리자 대상 ‘안심숙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량이 많아 다음 달 곧바로 20대 카라반을 추가 설치했다. 올해 7월22일까지 총 237명이 이용했으며 12명이 자가격리 중 확진 판정됐다. 올해 2월부터는 36대 중 5대 카라반을 ‘해외입국자 대상 안심숙소’로 활용 중이다. 총 175명이 이용했으며, 이 중 3명이 확진 판정됐다.
고양시 소재 중부대학교와 협의로 작년 12월 전국 최초로 대학교 기숙사를 활용한 자가격리 시설을 101실 확보했다. 올해 2월까지 이용자는 총 206명으로, 이 중 확진자는 15명 발생했다.
동양인재개발원에는 올해 2월부터 7월9일까지 36실을 확보해 운영했다. 총 312명이 이용했고, 22명이 확진됐다. 이곳은 최근 확진자 증가 추세에 따라 7월10일부터 ‘생활치료센터’로 전환됐다. 고양시는 안심숙소 부족을 고려해 NH인재원 내 47개실을 확보, 7월9일부터 운영에 돌입했다. 22일까지 총 54명이 이용하고 확진자는 3명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심숙소 대상자 입소와 관리는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심지어 방역관리 직원과 연락도 휴대폰을 이용한다. 안심숙소는 개인 화장실이 딸린 1인실 배정이 기본이다. 각종 물품이 제공되며 인터넷과 택배 이용도 가능하다. 중부대학교 기숙사에는 TV가 없어 이용자 편의를 위해 고양시에서 개인 PC를 설치했다. 안심숙소 관련 모든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된다.
◇감사편지 남긴 이용자 많아…“편리하고 안심됐다”
“자녀 자가격리에 도움을 줘서 감사하다. 대가족이고 자녀가 여럿이라 안심숙소에 입소했다. 코로나19로 맡겨진 임무을 잘 감당해줘 무척 고맙다.”
7월23일 NH인재원 안심숙소 출입구에 놓인 감사편지 내용 일부다. 편지에 나온 자녀는 약 2주 전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 가족 간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NH인재원 안심숙소에 머물렀다. 격리해제 전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귀가 조치됐다.
“안심숙소 덕분에 귀국하자마자 고국을 느끼며 잘 머물다 갑니다. 고양시 선제적인 방역체계에서 많은 걸 배웁니다.” B씨는 이런 쪽지를 중부대학교 기숙사에 남기고 갔다. 그는 올해 초 해외에서 입국하며 가족 감염을 막기 위해 고양시 안심숙소에 하루 머문 뒤 음성 결과를 확인 후 안심하며 퇴소했다.
“고양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남은 기간도 자가격리 잘 임하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고양시 최고!” 젊은 여성이 쓴 정갈한 쪽지도 눈에 띈다.
박영원 고양도시관리공사 재난안전팀장은 “안심숙소를 관리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많다”며 “고시원 집단감염 때 입소한 분들이 도시락이 너무 맛있다며 2개씩 넣어줄 수 있냐고 묻던 일과 해외에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과 소통을 위해 번역 앱을 활용해가며 의사소통했던 일도 있었다”고 술회했다.
또한 “한 번은 술과 담배를 반입하려다 적발돼 반입시켜주지 않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고 경찰을 부르는 등 소란을 일으킨 분도 계셨다”며 “이런 분들이 만약 자택에서 자가격리 했을 경우 격리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지역사회에 치명적인 감염 원인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확진 1명으로 끝나…“안심숙소 전국확산 필요”
잡히는가 싶던 코로나19가 7월 들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도화선이 됐다. 미국 보건 당국은 7월23일 “델타 변이는 사상 최강 전염력을 지닌 호흡기 질환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7월25일 종료 예정이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8월8일까지 연장했다. 7월23일 열린 중대본 회의는 “3차 유행 당시 일평균 확진자 수는 약 660명 수준인데 비해 지금은 1410명(7월7일~22일)으로 그 규모가 2배 이상으로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우리 안심숙소 자가격리자 중에서도 확진자는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고, 최근 델타 변이 등으로 확진 비율은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안심숙소를 이용한 덕택에 확진은 본인 하나로 끝이 났지만, 만약 안심숙소가 없었더라면 무방비로 노출된 가족에게 2차 감염을 일으키고 이를 통한 사회적 확산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시가 안심숙소를 통해 방역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만큼, 이런 안심숙소가 전국으로 확산돼 ‘사랑하는 가족을 감염으로부터 지켜내고, 소중한 일상회복을 하루빨리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7월 한 달 동안 발생한 고양시 확진자 482명 중 27.2%인 131명이 가족 간 감염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