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대표가 ‘심장마비’랍니다”···‘익사’ 트레이너 친구의 울분

      2021.08.02 14:12   수정 : 2021.08.02 14: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물놀이 중 헬스장 대표의 장난 탓에 익사한 20대 헬스 트레이너 친구가 청원을 올려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 친구를 물에 빠뜨려 사망하게 만든 헬스장 대표의 엄중 처벌을 촉구합니다. 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망한 트레이너의 친구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대구 수성구 모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일했던 친구는 지난 7월 24일 경북 합천에 야유회를 갔다가 대표의 장난으로 물에 빠졌다”며 “(같이 밀쳐진) 직원은 빠지자마자 물 위로 올라왔지만 제 친구는 물 아래서 여러 번 허우적거리다 물 아래로 가라앉아 저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적었다.

그가 언급한 사건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20분경 경남 합천군 합천호 한 물놀이 시설 선착장에서 벌어졌다.
당시 30대 헬스장 대표 A씨가 직장 동료인 20대 남성 B씨와 여성 C씨를 장난 삼아 물가로 밀었다.

물에 빠진 C씨는 자력으로 헤엄쳐 뭍으로 올라왔으나, B씨는 잠시 허우적대다 그대로 물 아래로 가라앉았다. 해당 시설 직원들이 구조를 위해 호수로 뛰어들었으나 물이 탁해 B씨를 발견해내지 못했다.

A씨는 B씨가 트레이너로 일하는 헬스클럽 대표로, 이들을 포함해 직장동료 7명은 물놀이를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약 1시간이 지나서야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어 작성자는 “대표의 파렴치하고 잔인한,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행실을 이야기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먼저 대표 “A씨는 사고 직후 B씨 친구들에게 ‘B씨가 계곡에서 놀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발작을 일으켜 순식간에 가라앉아 손 쓸 틈이 없었다’고 연락했다”고 지적했다. 거짓말을 해 고인을 두 번 죽이고, 심지어 일부 지인은 B씨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기도 했다는 게 작성자 주장이다.

또 작성자는 “대표 A씨는 (B씨)장례식 당일 머리에 왁스와 (얼굴에)비비크림을 바르고 명품 바지를 입고 오는 등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보이지 않았다”며 “유족들에게 무릎을 꿇어도 모자란 상황이지만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앞장 세워 본인 대신 사과를 시켰다. 본인 합의가 먼저인 사람으로 지금까지도 유족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작성자는 “유족과 고인 친구들이 힘들어하고 있을 때 (A씨는) 불과 장례식 다음 날인 26일 헬스장 문을 열어 영업을 했다”며 “친구들이 고인 트로피를 가지러 찾았을 때 클럽음악을 틀어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직원들이 출근해 일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다만 그는 “이게 문제가 되자 뒤늦게 27일 일주일 동안 휴관하고 있다. 8월 2일부터는 영업을 재개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현재 경남합천경찰서에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살인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영상을 봤을 때 A씨가 고의로 B씨를 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경찰에 “장난으로 밀어 물에 빠트렸으며, B씨도 장난으로 수영을 못하는 척 허우적거리는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