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구멍된 백화점…잇따른 확진에 직원만 '덜덜'
2021.08.03 17:23
수정 : 2021.08.03 17:23기사원문
백화점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자 백화점이 코로나19 방역 구멍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간 직원들간 감염이 방문자 감염으로 확산되면서 백화점 방역 체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뒤늦게 백화점 출입자 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해당 조치만으론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3평 남짓 다닥다닥 휴게실…"세심한 방역 필요"
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는 지난달 30일부터 출입 시 QR코드 등을 통해 방문객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근 백화점 관련 집단감염이 잇따르면서 방역조치가 일부 강화된 것이다. 하지만 단순 출입자 관리만으론 감염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출입자 관리는 역학 조사를 위한 조치이지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천 교수는 "백화점 확진자는 직원이 대부분인데 식사할 때나 화장실을 사용할 때 마스크를 쓰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휴게실 밀집도를 낮추고 에어컨 필터 청소와 출입문 손잡이 오염을 막는 등 세심한 방역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백화점 종사자가 느끼는 불안도 전문가의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여년간 백화점에서 서비스직을 해온 윤모씨(47)는 "QR코드를 의무화한다고 해서 당장의 감염을 막을 수 있나"라며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데, 이 밀폐된 곳에서 8시간 동안 일할 생각하면 출근길이 두렵다"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한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김모씨(48)는 "우리 백화점에선 나흘 전에도 확진자가 나왔는데 주변 7개 매장 정도만 폐쇄했다"라며 "3평 남짓 휴게실에서 다닥다닥 붙어서 쉬거나 환기도 안 되는 비상계단에 앉아 한숨 돌리는 게 백화점 직원의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확진자 잇따라도 방역 허점 '여전'
백화점 관련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해도 백화점 방역체계의 허점은 여전했다.
지난 2일 방문한 서울 중구 한 백화점에서는 일부 층에 조성된 고객 휴게공간 사용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객님의 안전을 위해 사용을 제한한다'는 문구의 팻말만 있을 뿐 실제로 이용을 저지하는 사람이 없어 휴게공간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백화점 내 식당가·카페 방역수칙도 여전히 미봉책에 불과했다. 평일 오후 백화점 식당가와 카페는 많은 방문객들로 붐볐다. 좁고 밀집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거나 ‘턱스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행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백화점 측은 틈틈이 마스크 착용 등을 안내했지만, 이들을 일일이 제지하진 못했다.
이에 서울시는 필요 시 백화점 등 대형점포에 대한 영업제한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정영준 서울시 경제정책과장은 전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현재 운영제한을 검토하지 않으나 필요하다면 중앙정부와 협의해 추가 방역 조치하도록 하겠다"라며 "선제검사 이후에도 백화점 등에 대해 자가검사키트를 활성화해 지속적인 관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달 17일 행정명령을 통해 백화점 종사자를 대상으로 선제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박지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