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의 역설? 은행권 '고졸 신화' 사라진다

      2021.08.03 18:43   수정 : 2021.08.04 22: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과거 국내 은행권에서 빛을 발했던 '고졸 신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스펙 타파'를 위해 도입된 '블라인드 채용 제도'가 오히려 고졸 채용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비대면 확산에 따른 금융산업의 변화도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남녀 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은행권 채용 성비 불균형 문제는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銀 고졸 채용, 7년새 '급감'
3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은행권 채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산업은행의 고졸 채용 인원을 보면 55명에서 5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대학원 및 대졸 채용 인원은 50여명에서 10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산업은행의 고졸 채용 인원은 전체 채용 인원의 4.5%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IBK기업은행은 고졸 채용 인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다 올해 상반기에 20명의 고졸자를 채용했지만, 이는 전체 채용 인원(161명)의 12%에 불과한 수치다. 수출입은행도 해당 기간에 고졸 채용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채용 현황이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해 본인의 동의 없이는 제공이 어렵다고 한 4대 시중은행들의 경우 해당 기간 고졸 채용 인원이 약 400명대에서 매년 감소해 현재 약 100명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은행권은 고졸 신화가 가장 많이 탄생했다. 말단에서 시작해 고위직까지 올라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심지어 진옥동 신한은행장,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 고졸 출신 최고경영자(CEO)도 다른 업종 대비 많이 배출됐다. 가장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고졸 채용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활발하게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이 줄어들었고, 몇 년 전 전격 도입된 '블라인드 채용'의 영향으로 고졸 채용이 오히려 수그러들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은 학력 등 별다른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에 따라 고졸자와 대졸자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전형으로 선발하게 됐다. 이에 따라 별도 전형 응시 기회가 사라진 고졸자가 대졸자와 동등하게 경쟁하게 되면서 오히려 이전에 비해 불리해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영업점 및 창구 직원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레 이 분야에 많이 종사했던 고졸 직원들이 줄어들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銀 남녀 채용 성비 '균형'
한편, 은행권 채용 성비는 이전에 비해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남여 직원 채용 성비가 각각 63%(54명), 36%(31명)였지만, 지난해 52%(60명), 47%(54명)가 됐다. 같은 기간 IBK기업은행의 남여 직원 채용 성비는 각각 67%(140명), 32%(68명)에서 55%(133명), 45%(109명)가 됐다.
한국은행의 남여 직원 채용 성비는 각각 57%(52명), 42%(39명)에서 42%(44명), 57%(60명)로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경우도 대체로 54%, 46%의 남여 직원 채용 성비를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국책은행들의 채용 성차별 문제는 2018년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도마위에 오른 적이 있다"면서 "이후 국책은행들의 개선 노력이 이어져 현재 성비 문제에서는 어느 정도 공정성과 균형이 맞춰지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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