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28조달러' 미국 디폴트 공포… "10월 최악의 사태 각오"

      2021.08.03 18:44   수정 : 2021.08.03 18:44기사원문
28조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빚더미에 앉은 미국 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비상조치를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실제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낮지만 의회에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오는 10월 이후 최악의 사태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현지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2일(현지시간)부터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연방 공무원 퇴직·장애인 연금(CSRDF) 신규 납부를 유예하고 특정 부문의 투자를 상환하기로 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일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캘리포니아주)과 만나 이같이 밝힌 뒤 정부 부채 상한이 2일부터 9월 30일까지 적용된다고 알렸다. 옐런은 "의회가 최대한 빠르게 행동해 미국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지켜주기를 간곡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미 여야가 부채 상한 협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지난 1939년부터 연방 정부가 국채 등으로 빚을 질 수 있는 금액에 상한을 설정했다. 부채 상한은 지금까지 98차례 증가하거나 수정되었으며 미 의회는 지난 2019년 7월 31일에 2년 기한으로 당시 22조달러(약 2경5326조원)였던 부채 상한을 2021년 7월 31일까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상한 없이 빚을 졌던 미 정부는 여야의 새 상한선 합의 결렬로 더 이상 새 국채를 찍어내기 어려워졌다. CNBC는 새 상한이 앞서 발행한 국채 규모를 감안해 28조5000억달러에 이른다고 예상했다. 재무부에 의하면 미 정부의 미상환 부채는 7월 30일 기준 28조4277억달러(약 3경2731조원) 수준이다.

일단 미 정부는 새로 빚을 지지 않으면 재정을 꾸려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재무부가 가진 현금은 7월 말 기준으로 4500억달러에 불과하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의하면 오는 7~9월 미 정부 수입은 7860억달러로 추정되나 지출은 1조551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 정부는 최악의 경우 의료보험이나 군인 급여 등 재정 지출을 포기해야 하며 국채 이자를 제때 지급할 수 없는 디폴트 상태에 처할 수도 있다.

캐런 다이넌 미 하버드대학 경제학교수는 "만약 정부가 국채 이자 지급을 중단한다면 금융 시장에 엄청난 불안을 조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미국은 건국 이래 디폴트에 빠진 적이 없다. 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011년에 부채 상한 협상 지연으로 디폴트 위기가 임박하자 미국의 신용 등급을 'AAA'에서 1단계 강등하기도 했다.

미 투자 은행 스티펠의 린지 피에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비상조치가 새로운 것이 아니고 당장 급한 경고도 아니라면서 과거에도 비상조치가 여러 번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여야의 갈등이 지속될수록 정부 기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언론들은 미 의회가 오는 9월 중순부터 다시 회기를 시작한다며 여야가 10월에도 합의를 보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 온다고 분석했다. CNBC는 여야 모두 내년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가 부채를 더욱 부풀릴 생각이 없다고 설명했다.
WSJ는 여당인 민주당 진영에서 각각 1조달러 규모 사회기반시설 지출안, 3조5000억달러 규모 복지 지출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부채 상한 인상을 지출안에 포함시킬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야당인 공화당의 경우 전통적으로 상한 인상과 정부 지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켄터키주)는 지난달 21일 인터뷰에서 어떤 공화당 의원도 부채 상한 확대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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