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 구이의 과학

      2021.08.08 07:59   수정 : 2021.08.08 07: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숯불 구이의 매력은 어디에서 올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과학칼럼을 기고하는 물리학자 헬렌 처스키는 6일(이하 현지시간) 칼럼에서 숯불 구이가 사람들을 잡는 매력의 원천을 탐구했다.

가스도 있고, 석탄도 있고, 구이를 할 수 있는 화력들은 숯불 말고도 많지만 숯불에는 다른 화력과 차별화되는 매력이 있다.

처스키는 숯불의 마법은 다른 화력요소들에 비해 특출한 무엇인가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가 빠진데 있다고 지적했다.



숯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 매력이 나온다.

숯은 나무로 만들어진 쓸모가 많은 땔감이다. 구성 분자 모두가 산소와 반응하고, 그 과정에서 열을 낸다.

숯의 원재료인 목재는 수십년 동안 나무를 지탱하는 내부 지지대 역할을 하고, 아울러 나무의 배관, 저장 시스템으로도 기능한다.

목재의 견고성은 셀룰로스와 리그닌에서 온다.
목질소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리그닌은 탄소로 강화된 긴 분자다.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벽을 이루는 나무 세포를 구성하는 분자다.

바로 이들 분자가 나무를 훌륭한 땔감으로 만들어준다.

각 세포는 나무의 뼈대를 이루는 개별 벽돌 역할을 한다. 이 벽돌들이 단단하게 뭉쳐진 것이 나무다.

나무 내부 세포와 나무 몸통 위 아래로 연결돼 있는 좁은 파이프에 저장된 용액들은 대부분 물이어서 저장 에너지가 적다.

이런 목재에 열을 가하기 시작하면 맨 처음 일어나는 일은 목재 내부 물의 기화다. 온도가 더 올라가 200~260℃ 수준으로 올라가면 리그닌과 셀룰로스가 부서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타지는 않는다.

열기는 목재 안의 다른 분자들이 기체 형태로 목재를 탈출하도록 만든다. 이 기체들은 목재 표면 바로 위의 공기를 태운다.

통나무에 불을 붙이면 볼 수 있는 화염이 바로 이것이다. 밝은 화염은 목재에서 빠져나온 가스 혼합물들이 만든 것이다.

이는 연소가 지속되기에 충분한 열기를 만들어내지만 아직 상대적으로 온도는 낮다. 고기를 구울 정도의 온도는 아니다.

연소가 지속되면 온도는 느리게 올라가고, 리그닌과 셀룰로스가 더 많이 붕괴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목재를 탈출한 분자들이 기화하고 더 많은 화염을 만들어낸다.

목재에 남은 것은 이제 대부분 탄소다. 이것이 강력한 땔감이 된다. 숯이다.

이 숯이 불타면 탄소가 산소와 반응해 이산화탄소(CO2)로 바뀐다.

이때부터는 화염도 없고 냄새도 없다. 다만 거대한 열기만 있을 뿐이다.

숯은 앞서 설명한 과정을 모두 거쳐 우리 앞에 자리 잡은 최종 단계 땔감이다.

숯은 제한된 산소만 공급해 목재에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앞서 과정들을 모두 밟아 만들어진다. 주로 탄소만 남을 때까지 태운다.

남은 숯은 원자 수준에서 변화를 거친 것이다. 탄소 원자들은 스스로 재배열돼 새로운 형태로 바뀐다.

일부는 뒤죽박죽인 상태로 남고, 또 일부는 달걀 꾸러미 안의 달걀처럼 가지런히 정렬한다. 세포벽 구조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거의 순수 탄소의 스펀지 같은 구조물이 된다.

이 '덩어리 숯'은 뜨겁게, 그리고 빨리 탄다.

숯을 잘게 쪼개고 이를 압축해 조개탄 형태로 만든 것도 있다. 느리게 타면서 숯과 달리 안정적인 열을 방출한다.

둘 다 거의 탄소만 남아 있어 연기가 많이 나지 않는다.

숯불 구이의 매력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나무가 타고 남은 최종 형태인 숯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일부 분자는 끝까지 남는다.

이 숯에 남아 있는 불안정한 분자들이 숯불 구이 과정에서 결국 연소되고, 음식에 향을 남긴다.


가스나 석탄에 비해 더 그윽한 향을 내는 숯불구이의 매력은 고된 숯 제조과정에서도 살아남은 분자들이 만들어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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