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노메달' 한국여자골프,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2021.08.08 13:57   수정 : 2021.08.08 13: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한국 여자골프 대표팀이 '노메달'로 아쉽게 2020 도쿄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골프 대표팀은 '어벤져스'로 불렸다. 세계랭킹 2위 고진영(26·솔레어), 3위 박인비(33·KB금융그룹), 4위 김세영(28·메디힐), 6위 김효주(26·롯데)로 대표팀을 꾸렸기 때문이다.

한 국가에서 4명이 출전한 것은 금메달을 목에 건 넬리 코르다가 속한 미국과 한국 두 나라 뿐이었다.

4명의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 거둔 승수를 합하면 자그만치 44승이다.
그 중 메이저 대회 우승이 11차례나 있다. 박인비는 112년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 이번 대회가 타이틀 방어전이었다. 게다가 이들을 이끄는 감독은 '골프여왕' 박세리(44)였다.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들마저 한국팀을 강력한 메달 후보로 꼽은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7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CC(파71)에서 막을 내린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고진영과 김세영이 공동 9위, 김효주는 공동 15위,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는 공동 2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을 괴롭힌 살인적인 폭염과 메달 획득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 등으로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게 패인이라는 분석이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메달을 기대했던 골프팬들의 아쉬움도 컸지만 누구보다도 5년간 준비하고 기다려온 선수들의 마음은 더욱 쓰라렸을 것이다.

고진영은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꽂지 못해 아쉽다"며 "다음에는 넬리에게는 지고 싶지 않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김세영은 "여한이 많이 남는다"는 말로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고 김효주는 "이번 주 너무 실수가 많았다. 부족한 것을 보완해 다시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 여자 골프는 다사다난했던 도쿄올림픽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3년 뒤 파리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맏언니' 박인비는 자신에게 다음 올림픽은 없다고 했지만 고진영, 김세영, 김효주는 2024 파리올림픽에 다시 도전해 꼭 메달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한국 여자 골프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 최강이다. 하지만 이번 도쿄올림픽 경기 결과에서 보듯 지금은 맹주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넬리, 모네 이나미(일본), 리디아 고(뉴질랜드) 순으로 금-은-동메달을 가져 갔지만 '톱10'에 오른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세계 여자골프가 서서히 평준화돼 가는 분위기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도 그런 전조는 나타났다. 코르다 자매를 앞세운 미국 선수들이 올해 치러진 19개 대회 중에서 6승을 합작하면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군단'은 골프 신흥 강국 태국과 함께 3승 합작에 그치고 있다. 역대 최악의 시즌 성적이라는 점에서 분명 위기다.

한국여자골프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우승하기 전까지는 세계 여자골프의 변방이었다. 이후 '세리 키즈'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세계 여자골프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그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진에 정진을 거듭한 결과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마음가짐이다.
다시 한번 '코리안 시스터스'의 비상을 기대해 본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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