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 허재호, 정보공개 소송서 승소... 法 "공개 가능한 정보“

      2021.08.09 10:34   수정 : 2021.08.09 10: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자신의 조세포탈 혐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던 전 대주그룹 회장 허재호씨가 재판에서 쓰일 증거 확보를 위해 정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허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정보 비공개 결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허씨는 지난 2019년 7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기소됐고, 현재 광주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재판에서 허씨는 검찰이 소환통지 등 절차를 게을리 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검찰은 ‘허씨가 2015년 8월부터 형사처분을 피하고자 뉴질랜드에 머물렀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정지됐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 허씨는 법무부 등에 본인 관련 국제 범죄인 인도와 범죄인 송환 요청 서류와 국제 수사 공조 요청 관련 서류에 대해 각각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모든 청구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8월 이의신청도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허씨는 소송을 냈다. 공개를 청구한 정보 중 ‘국제 수사 공조 요청’이 옛 정보공개법상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지만, 공개되더라도 국가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거나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법무부의 비공개 결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옛 정보공개법 9조 1항은 ‘국가에 이익을 해할 우려’ 등 비공개 결정의 근거들을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측은 국가적 신뢰가 저하된다며 맞섰다. 국제 형사사법공조가 상호주의에 기반해 이뤄지는데, 해당 정보를 공개할 경우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신뢰가 저하되고, 다른 국가와 새로 공조조약을 체결하는 데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제 수사 공조 요청’에 대한 법무부의 비공개 결정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를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 신뢰가 훼손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정보가 형사사법공조조약상 ‘피요청국이 제공한 정보 및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 및 수사 업무의 안정성이라는 법익이 불명확하고, 비공개 결정으로 보호하려는 공익이 허씨의 사익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허씨의 ‘국제 범죄인 인도 요청 서류' '범죄인 송환 요청 서류’에 대한 청구는 각하했다.
재판부는 “당시 허씨가 거주했던 뉴질랜드에 대해 해당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비공개 결정 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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