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보이는 고용보험, 마이너스 눈앞… 2년만에 재인상 저울질

      2021.08.09 18:11   수정 : 2021.08.09 18:11기사원문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이 6개월 연속 1조원대 지출을 보이면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던 고용보험기금이 결국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라는 변수로 하반기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정부 예측이 빗나갔다. 하반기부터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던 고용보험기금 지출이 올해 말까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올해 고용보험 적립금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구멍난 적립금을 메꾸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료율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반기 고용보험기금 '비상'

9일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지급된 실업급여 지급액은 총 7조5236억원에 달한다.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연속 1조원대를 넘었고, 상반기 지급액만 6조4843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6조원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기금 지출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이날 발표된 7월 실업급여 지급 현황에는 4차 유행과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악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통계상 시차 때문에 7~8월에 걸친 고용충격은 최소 9월부터 수치로 나타난다.

김영중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세 차례에 걸친 코로나19 확산에서 경험한 바로는 확진자 수가 급증한 후 약 1개월의 시차를 두고 취업자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7월 상순 이후 코로나19 4차 확산이 지속됨에 따라 향후 고용회복은 상반기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내내 고용충격에 따라 막대한 실업급여가 지급될 것이란 얘기다. 실업급여는 한 번 신청하면 4~9개월간 받을 수 있다.

4차 유행이 본격화하기 전인 6월까지만 해도 고용부는 당초 예산 범위 내에서 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는 잔여예산 7조원을 기준으로 한달 약 8750억원의 실업급여를 지급했을 때의 시나리오다. 하반기 1조원대 실업급여 지급이 이어질 경우 빠듯한 수치다.

이에 따라 올해 역대 최대 적자를 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업급여와 각종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막대하게 늘어나면서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적자 규모는 5조3292억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 적자 규모였지만 4차 유행으로 올해는 이 수치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도 △2017년 10조2544억원 △2018년 9조4452억원 △2019년 7조3532억원 △2020년 1조9999억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7월부터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등 12개 특고직종에 고용보험이 적용돼 실직 시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이 정규직으로 청년을 고용할 경우 1인당 월 75만원씩 연간 최대 900만원을 지원받는 '청년채용특별장려금' 사업도 7월 시작됐다. 모두 고용보험기금에서 나가는 지원금이다.

■2년 만에 또 보험료율 오르나

고용부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화를 위해 고용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용보험료율은 2011년 4월 1.1%(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로 오른 뒤 2013년 7월 1.3%, 2019년 10월 1.6%로 높아졌다. 올해 하반기 논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2년 만에 또다시 인상되는 셈이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도 지난 6월 취임 이후 첫 간담회에서 "늦어도 8월 말까지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재정건전화 방안 마련 후에도 문제가 있다면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인상 시기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에 당장 줄줄 새는 실업급여를 막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9월부터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반복수급한 사람은 받는 급여액이 최대 절반까지 단계적으로 깎이게 된다.

지난해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 중 지난 5년간 실업급여를 5회 이상 반복 수급한 사람이 1만2850명에 달했다.
지난해 부정수급액도 237억5700여만원으로 5년 전(145억7100만원)에 비해 100억원 가까이 폭증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