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접종 20대 ‘혈전증’으로 사망…질병청, 검사 거부
2021.08.10 12:05
수정 : 2021.08.10 17:50기사원문
■ “모더나는 대상 아냐”
[제주=좌승훈 기자] 모더나 백신을 맞은 20대 여성이 혈전증 증상을 보이자, 제주도 방역당국이 접종 이상 반응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질병청)에 검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질병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혈전증과 백신 접종 간 인과성 규명이 어려워졌다. 해당 여성은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10일 제주도 방역당국에 따르면, 20대 여성 A씨는 지난 7월26일 도내 위탁의료기관에서 모더나 백신을 접종했고, 같은 달 31일 호흡곤란과 함께 혈전증 증상이 나타나 제주시 모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수술을 받았다. A씨에 대한 중증 이상반응 신고를 접수한 도 방역당국은 접종 이상반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질병청에 혈소판감소성혈전증(TTS) 검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질병청은 모더나 백신이 검사 대상이 아니라며 해당 요청을 거절했다.
도 방역당국은 “일반 혈전증 치료와 백신 부작용에 따른 혈전증 치료는 방법이 크게 달라 질병청에 TTS검사를 3차례나 요청했다”며 “하지만 3차례 요청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모더나 백신이라는 이유로, 세 번째는 혈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의 논의 결과 검사 대상이 아니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혈전증 증상과 관련된 이상반응 검사의뢰 기준은 ▷아데노벡터 백신(아스트라제네카·얀센) 접종 후 4∼28일 이내에 TTS 의심 증상 발생 여부 ▷혈소판 수가 15만/㎕ 미만 여부 ▷혈전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디-다이머(D-dimer) 검사 수치가 상승 여부 ▷영상검사 등으로 혈전이 확인된 경우다. A씨는 이중 백신 종류를 제외한 나머지 기준에 모두 부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혈소판감소성혈전증은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 접종 후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젊은 여성에게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청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혈전증을 모더나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점을 토대로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 접종 후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만 TTS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질병청은 앞서 모더나와 같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계열인 화이자 이상반응 사례에 대해 TTS 검사 검체를 접수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 방역당국은 소속 역학조사관의 의견을 들어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미국의 모더나 백신 접종 후 TTS 발생 사례를 들며 질병청에 재차 검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질병청은 혈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의 검토 결과, 검사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도 방역당국이 검사를 의뢰할 다른 방법을 강구하던 중, 수술 후 집중 치료를 받던 A씨는 지난 7일 사망했다. 백신 접종 시점을 기준으로 12일 만이다.
도 방역당국은 10일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해당 여성이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혈소판감소성혈전증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자체적으로 대응 방안을 계속 찾고 있으며, 해당 사안은 대한의사협회에도 전달됐다고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