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사 아버지 "軍경찰 '부실수사'에 딸 잃었는데 '불기소'··말이 되나"
2021.08.11 18:00
수정 : 2021.08.11 18:00기사원문
"수사심의위원회 결과 나오기 전에, 어젯밤에 잠을 못 잤다. 부실수사, 2차가해부터 빨리 수사를 시작했으면 우리 딸이 자결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딸을 죽음에 이르게 한 부실수사에 '불기소' 처분이라니... 장관 해명을 들어야겠다.
지난 3월 2일 성추행 사건 이후에도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한 이 중사의 아버지는 1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찾았다. 이 중사 아버지는 이날 오전 발표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결과에 전혀 납득하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국방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어젯밤에 잠을 못 잤다"며 전날 휴대폰으로 작성한 메모를 보여줬다.
이 중사 아버지는 메모에 "잠이 안 온다. 8월 11일 몇 시간이 지나면 내 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초동수사 부실 의혹에 대한 수사심의 결과가 발표된다"고 적었다.
그는 "만약 불기소 의견이 나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국방부로 쳐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또 지켜봐야 하나. 아니다 나는 국방부로 가야겠다"며 "가서 딸의 명백한 피해사실이 진술서에 적시돼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가해자에 대한) 불구속 의견을 제시한 20비 군사경찰 대대장과 수사계장을 기소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장관 해명을 들어야겠다"고 썼다.
이 중사가 아버지가 국방부를 찾은 건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공군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 수사계장 A준위와 대대장 B중령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전날 제7차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초동수사 관련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군사경찰 대대장과 수사계장에 대해 "관련 법리나 사실관계상 직무유기죄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다.
사건 초기에 부실수사 의혹을 받는 20비행단 군사경찰 간부들이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군 검찰은 위원회 의견을 존중해서 기소 여부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다만 위원회가 A준위와 B중령에게 징계 의뢰를 권고하면서, 징계 조치가 내려질 수는 있다.
20비행단 A준위와 B중령은 가해자 대신 피해자만 조사한 채 가해자에 대한 불구속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부실수사 혐의를 받는다.특히 공군본부 전담 수사관이 '구속영장 신청 검토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B중령이 보고한 내용에는 '불구속 수사'로 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사 아버지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수사심의위원회 위원들도 황당해한다고 한다. 기소장이 '피의자를 위한 기소장'이었기 때문"이라며 "이건 너무 심각하다. 너무 심각하다"고 재차 말했다.
그는 피의자들에 대해 "우리 딸이 처음에 밝힌 진술조서와 진단서도 제대로 확인을 안 하고 피해자들을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구속 수사 의견을 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사람들을 불기소 처분한다는 게 말이 되냐"라며 "검찰단에서 의도를 가지고 오염된 자료를 넘겼고, 위원회가 그것을 보고 판단해서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우롱한 것"이라며 "며칠 전부터 주범격인 2차 가해자들을 불기소한다고 해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재정신청을 계속 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수사심의위원회가 본래 의도와 달리 운영되고 있다며, 장관에게 해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서욱) 장관께서 총 7번 장례식장에 왔다. 그런 엄정수사 의지가 있었는데, 요새 갑작스럽게 피의자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계속됐다"고 강조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2차 가해에 대한 보강수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초동수사 의혹과 2차 가해자에 대한 보강수사를 특임검사에게 이관해달라고 얘기할 것"이라며 "유족으로서 대통령과 국방부의 의지를 믿고 마지막으로 지켜봐야 하는지가 내 물음"이라고 말을 맺었다.
국방부는 이날 수사심의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며 "앞으로도 수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수사 사항을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