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단기 임대’ ‘직장인 환영’… 대학가 원룸촌 생존경쟁
2021.08.11 19:05
수정 : 2021.08.11 19:05기사원문
11일 둘러본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동과 종로구 혜화동 일대는 예년이라면 새학기를 앞두고 한창 집을 보러 다녀야하는 학생들로 붐빌 시기지만 한산한 모습이었다.
혜화동 A공인 관계자는 "통상 새학기 시작 전인 7~8월은 원룸촌 성수기로 코로나19 이전에는 공실률이 0%에 가까울 정도였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이전보다 수요가 3분 1로 줄어든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가 원룸촌들의 공실대란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학기에도 대학들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임대인들이 다양한 고육지책을 짜내며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특히, 불안정한 학사 운영 때문에 원룸 계약을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으면서 대학가 원룸촌은 단기임대가 확산되는 중이다. 신촌동 임대업자 정모씨는 "보통 원룸의 경우 짧아도 6개월, 원칙적으로 1년을 기준으로 계약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수업 방식이 들쑥날쑥하니 장기간 계약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며 "코로나 이전만해도 1년 계약에 월세 60만~70만원이었던 방이 이제는 3개월 계약에 월 45만~50만원대로 낮춰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혜화동 B공인 관계자 역시 "원룸을 한번 계약하면 중도에 해지하고 환급받기 어려워서 지금같은 불안정한 시기에는 계약 자체를 조심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1년짜리를 3개월로 단축한다는 것은 임대업자 입장에서 번거롭지만, 지금의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특히 구축원룸일수록 공실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혜화동 C공인 관계자는 "그나마 있는 한정된 수요도 신축원룸으로만 쏠려 구축은 공실률이 50~60%까지 치솟은 상태고, 월세도 1년 사이에 5만~10만원 정도 내렸다"면서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세입자 유치를 위해 리모델링에 나서는 집주인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 원룸촌의 주 임차인이었던 대학생들이 사라진 자리는 직장인들이 메우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신촌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박씨는 "기존에는 관리가 편한 학생들을 임차인으로 한정해서 받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선택할 여력이 없다"면서 "이제는 임차인 중 대학생보다 근처 세브란스병원 직원들이 더 많아지면서 그나마 절반가량이던 공실률이 20~30%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우아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