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살해·시신유기 뒤 누나 행세한 20대 징역 30년 선고
2021.08.12 14:32
수정 : 2021.08.12 14:37기사원문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친누나를 살해 후 강화 농수로에 시신을 유기한 뒤 4개월간 누나 행세를 하면서 범행을 은폐해 온 남동생이 중형에 처해졌다.
인천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김상우)는 12일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27)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생명은 국가, 사회가 보호해야 할 근본적 가치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용인될 수 없고,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범행으로 사회, 도덕적으로 신랄한 비판이 불가피하다"며 "법행 수법이 극히 잔혹하고 치밀하고 적극적으로 증거를 인멸했으며, 사체 유기 과정에서는 최소한의 인격 존중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4개월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차디찬 농수로에 버려져 있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돈으로 게임 아이템을 사고 여행을 갔으며, 수사기관을 기망해 있지도 않은 피해자의 가상의 남자친구를 만들어 남자친구와 가출했다고 속이기도 했다"며 "범행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에서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자 더 이상 부인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자백해 이 사건이 밝혀진 점 등도 불리한 정상이다"고 했다.
재판부는 "형사처벌이 없고 이 사건으로 가장 크나큰 정신적 피해를 입은 부모가 간절히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19일 오전 2시50분께 인천 남동구 아파트에서 친누나 B씨의 옆구리와 목을 수차례 흉기로 찌른 뒤 다시 가슴을 30여 차례에 걸쳐 찔러 숨지게 한 뒤, 같은 해 12월28일 시신을 가방에 넣어 강화도 한 농수로로 옮겨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씨는 2020년 12월19일 오전 1시께 B씨가 집에 늦게 들어온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고등학생 당시 가출 문제 등 평소 행실 문제까지 언급하며 언쟁을 벌이던 중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범행 4개월여 뒤인 지난 4월21일 오후 2시13분 인근 주민이 B씨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하면서 수사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검거 전 4개월여간 B씨의 휴대폰 유심(USIM)을 다른 기기에 끼워 카카오톡 계정에 접속해 B씨인 척 위장하고, 모바일 뱅킹에 접속해 B씨 계좌에서 돈을 빼내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범행 은폐 과정에서 어머니가 올 2월14일 경찰에 B씨에 대한 실종신고를 하자 누나인 척 행세하면서 부모와 경찰관을 속이기도 해 실종신고를 취하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취재에 나선 기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신고를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