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엔… 에어컨, 맥주 그리고 스릴러 소설

      2021.08.13 04:00   수정 : 2021.08.13 04:00기사원문
국민 여름휴가 시즌인 '7말8초'가 지나고 있지만 무더위를 피해 떠나는 여름휴가 행렬은 줄지 않고 있다. 꺾이지 않는 코로나19의 기세가 여전한 2021년 여름, 시원한 에어컨과 뽀송뽀송한 침구가 깔린 호텔에서 책과 함께 하는 호캉스는 어떨까?

휴식을 위한 시간이니 만큼 집중하며 읽어야 하는 책보단 이야기에 빠져들며 책장이 잘 넘어가는 소설, 그중에서도 폭염도 잊게 만드는 최신 스릴러 소설 두 권을 여름휴가와 함께 할 책으로 골라봤다. 국내 스릴러 장르를 대표하는 정유정 작가의 신작 '완전한 행복'(은행나무 펴냄)과 정 작가가 직접 읽고 극찬한 메리 쿠비카의 '디 아더 미세스'(해피북스투유 펴냄)다.



'완전한 행복'은 정유정 작가가 전작인 '악의 3부작'을 끝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욕망 3부작'의 첫번째 이야기로 알려졌다. 이번 책에서 작가는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행복에 집착하고 있다는 우려로 '행복'에 주목해 주인공의 캐릭터도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나르시시스트로 등장시킨다.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것"이라는 본문의 대사는 주인공 유나가 추구하는 완전한 행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서늘하게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 버려진 시골집에서 늪에 사는 오리들을 먹이기 위해 오리 먹이를 만드는 한 여자의 뒷모습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정유정 소설의 특징인 영화를 보듯 섬세한 묘사와 치밀하고 정교한 플롯으로 524페이지에 달하는 책장을 단숨에 넘어가게 한다. 소름끼칠 정도로 정교하게 구성된 상황, 장소, 인물들은 소설적 긴장을 강화하며 압도적 서사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소설 속 공간을 구체화하기 위해 작가는 전문가 인터뷰는 물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바이칼 호수를 직접 답사하는 등 꼼꼼한 취재를 병행했다. 시베리아의 눈보라 속에서 더 날카로워진 작가의 문장은 올여름, 인간의 심연, 그 깊고 어두운 늪의 바닥을 정조준하며 '행복의 책임'을 되묻는다. 쾌감이 느껴질 정도의 속도로 결말을 향해 질주하는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의 마지막 장에서 독자는 작가의 서늘한 목소리를 만나게 된다. "우리는 타인의 행복에도 책임이 있다."

'K스릴러'를 대표하는 작가가 정유정이라면 미국에서 '스릴러의 여왕'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가 메리 쿠비카다. 그의 신작 '디 아더 미세스'는 관계에 기생하는 인간 본연의 공포를 그려낸 심리 스릴러다. "작가로서 내 것을 빼앗겼다는 기분이 드는 이야기가 있다. 아직 안 쓴 게 아니라 생각조차 못 했으면서 빼앗긴 듯 억울한 이야기. 이 소설이 그렇다"라는 정유정 작가의 추천사만으로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주인공 세이디, 카밀, 마우스, 세 여자의 시선으로 교차 진행되는 소설은 독자에게 극강의 몰입도를 제공한다. 남편의 외도와 아들의 학교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세이디가 남편 윌의 제안으로 죽은 시누이가 유산으로 남긴 외딴섬의 오래된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날 이웃집 여자가 변사체로 발견되고 우연이 겹치면서 세이디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며 점점 궁지로 몰리게 된다. 앞서 '완전한 행복'이 처음부터 범인을 드러내고 전개되는 것과 달리 범인을 숨긴 채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이 대조적이다.
허핑턴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서 미스터리 장르에서는 드물게 주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스릴과 감동을 한 작품에 녹여냈다는 호평을 받은 작품답다. '디 아더 미세스'는 넷플릭스가 동명의 시리즈로 제작을 결정했을 만큼 흥행성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두 이야기의 마지막 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곱씹으며 명품 스릴러 두 편과 함께 서늘한 여름을 보내 것도 좋은 피서법이 될 듯하다.

이화종 인터파크 도서사업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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