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선봉'·BTS '확정'.. 페미 검증 사이트 등장 논란
2021.08.13 05:05
수정 : 2021.08.13 05:42기사원문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을 줄세워놓고 페미니스트인지 자체 판단해 평가를 올리는 사이트가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지난 12일 트위터에 “아니 한남(한국남성 비하 표현)들 페미 체크하는 사이트 만듬. 확정은 뭐고 선봉은 뭐임. 프로듀스101임?”라는 글과 함께 해당 사이트를 캡쳐한 사진을 올렸다.
‘체크페미’라는 이름의 이 사이트는 아이돌, 배우, 유튜버, 정치인, 작가 등 각 분야 유명인들을 페미니스트 ‘의심’, ‘확정’, ‘선봉’ 등으로 자체 분류했다.
아이돌의 경우 방탄소년단(BTS) 랩몬스터(RM), 뉴이스트 렌, 레드벨벳 조이, 에이프릴 진솔 등을 페미니스트로 ‘확정’했다. 특히 운영진은 방탄소년단 RM에 대해 “트위터에 올린 글 중 페미 서적인 ‘맨박스’가 찍힌 사진이 발견됐으며 한국 페미의 바이블(성경)인 ‘82년생 김지영’을 추천하기도 했다”며 “BTS의 팬층은 젊은 여성이 절대다수다. 페미니즘이 그의 신념인지 비즈니스인지는 자기 자신만이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미니스트 선봉 주자로는 문재인 대통령,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배우 권해효, 유튜버 배리나, 공지영, 곽정은 작가 등을 꼽았다. 아울러 배우 김서형, 한예리, 수지, 공효진, 김혜수, 김꽃비, 문소리, 가수 선미, 핫펠트(박예은), 임현주 아나운서 등을 페미니스트로 ‘확정’했다.
사이트 운영진은 공지를 통해 “본 사이트는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극단적인 메갈리안, 혹은 여성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페미니스트들을 따로 구분하거나 하지 않는다”며 “누가 좋고 나쁘다 할 것 없이 순전히 당사자 활동에 따라 분류한다. 그래서 분류 단계가 같더라도 게시글의 비판 수위가 각자 다르다”고 밝혔다.
해당 사이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글은 트위터에서 1만6000여건 리트윗(퍼가기)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페미니스트 여부에 대한 사상 검증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할 짓 없어서 이러는 거임?”, “자기들이 확정하고 의심해서 어쩔 건데”, “페미가 뭔지 모르는 놈들이 ‘님 페미?’ 이 난리를 치니 사회가 잘 돌아가는 꼴인가 싶다”, “여기 올라가 있는 연예인들은 건강한 사상을 갖고 있으니 이들이 참여한 작품은 믿고 듣고 보고해도 좋다 이거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 네티즌은 “성범죄자의 신상을 온라인에 박제하는 디지털 수용소도 인권 문제로 폐쇄됐는데 운영자는 무슨 권리로 고작 개인의 인터뷰, 발언 따위로 개개인의 사상과 가치관을 판단하고 그것을 전시하느냐”며 “운영자 당신의 사상과 가치관에 의구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 인권을 위해 운동하는 페미니스트가 무엇이 문제냐”며 “페미니스트와 한국여성을 남성혐오자로 낙인찍고 사회적으로 질타하는 분위기를 조장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