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돌고래, 멸치, 송강호, 이선균?..여야 정치권 '비유'가 판친다

      2021.08.13 08:39   수정 : 2021.08.13 09: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치의 대부분은 '말'로 이뤄진다. 그래서 '말'을 잘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치에서는 언제나 '비유'와 '상징'이 자주 등장한다.

1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도 다양한 '비유'가 등장해, 화제 또는 논란을 낳는다. 경쟁자를 향한 촌철살인의 공격과 논란을 부르는 자책골 중 어느 쪽도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 정치에서 '비유'이다.


지난 1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3차 TV토론에선 영화 기생충을 빗댄 논쟁이 화제가 됐다.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좋아하는 영화 '기생충' 속 송강호는 반지하집이라 비가 오면 그대로 쏟아지고, 이선균은 집에서 그 비를 감상한다"며 "그런데 이선균과 송강호에게 똑같이 8만원을 주는 게 정의로운가, 그 돈을 모아서 송강호네 집을 좋게 해주는 게 좋은가"라고 지적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하류층인 송강호(작중 김기택)은 영화 속 부유한 사업가인 이선균(작중 박동익)에게 운전기사로 고용됐다. 상류층까지 포괄해 전국민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이 후보 주장을 영화 속 인간군상에 빗대어 비판한 것이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송강호에게만 지원하겠다고 세금을 내라고 하면 이선균씨가 세금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고, 이낙연 후보는 "그건 부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힐난했다.

비유를 통한 상호공방은 여권에서 어느 때보다 활발한 모습이다.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전남지사와 국무총리 시절 '무능' 프레임을 펴자 "닭 잡는 칼과 소 잡는 칼은 다르다"고 받아쳤다.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 비유를 활용하는 장면도 눈에 띈다. 추미애 후보는 지난 6월 대선출마 선언 후 "나만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잘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내가 꿩 잡는 매"라고 했다. '윤석열 저격수'를 자임하며 여권 강성 지지층에 어필한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경선레이스를 앞두고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친윤계와 이준석 대표간 신경전이 오가며 '수산물 시장'이 펼쳐졌다. 논쟁을 지켜보던 김재원 최고위원이 "아쿠아리움"이라고 자조섞인 촌평을 내놓기도 했다.

친윤계 정진석 의원이 지난 6일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조건이 다르다"면서 윤 전 총장을 '돌고래'에, 나머지 후보들을 고등어·멸치에 빗대자, 이준석 대표는 즉각 "우리 후보들 곁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그 인사가 지칭하는 돌고래는 사육사가 던져주는 생선에 따라 움직이는 조건반사적인 물고기에 불과하다"면서 친윤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꼭 하는 짓들이 레밍과 유사하다"면서 들쥐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윤희숙 의원의 대선 출마에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에서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도 비유를 즐겨 사용하는 장본인이다.
신경전 끝에 윤석열 전 총장이 전격 입당한 후인 지난 2일 장성민 전 의원 입당 환영식 자리에서 "우리가 준비해 놓은 버스가 거의 만원 버스가 돼가려고 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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