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환자 동의없이 폐 추가절제한 의사에 집행유예

      2021.08.15 11:55   수정 : 2021.08.15 11: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환자에게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조직검사 중 폐 부위를 추가로 절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박설아 판사)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흉부외과 전문의 A씨(67)에게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6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 B씨의 오른쪽 폐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폐 오른쪽 상엽부위를 일부 절제해 조직검사를 하기로 했다.



A씨는 조직검사를 위해 절제한 조직에서 염증 소견이 나오자, 폐 염증으로 절제된 부위가 다시 잘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판단, B씨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우상엽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검찰은 A씨가 최종 결과를 확인하거나 환자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폐엽절제술을 시행, 폐 우상엽의 영구적 상실이라는 상해를 입혔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조직검사를 위해 쐐기절제술로 떼어낸 조직만으로는 병명 진단이 어렵다고 판단해 추가 조직절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직검사를 위해 절제한 검체만으로도 병명진단이 가능했고 이후 피해자와 상의해 진료방향을 결정할 수 있었다"며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아주 나쁜 것도 아니었는데 단지 병명 진단을 위해 전체 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우상엽 전체를 절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일부 조직을 절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며 "폐 염증으로 인한 기침, 가래 등의 증상도 없어 병명진단을 위해 폐엽절제술까지 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최근 A씨와 B씨 사이 민사소송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A씨와 병원에 11억원 상당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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