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수화가 석창우, 붓글씨로 6년 7개월만에 성경 완필
2021.08.16 14:07
수정 : 2021.08.16 16:42기사원문
6년여의 세월, 양 팔을 잃은 화가는 의수에 의지해 하루 5시간씩 화선지에 글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마침내 5㎞ 길이의 두루마리 끝에 그의 붉은 발도장이 찍혔다. 37년 전이었던 1984년 10월 29일 2만2900볼트의 전기에 감전돼 양팔을 잃은 석창우 화백(66). 그가 드디어 기독교 성경과 가톨릭 성경 두 권을 6년7개월만에 완필했다.
서예와 크로키를 접목해 '수묵 크로키'란 영역을 개척한 석창우 화백은 지난 2015년 1월 30일 성경 필사를 시작했다. 이후 그는 2017년 8월 20일 3년6개월 만에 기독교 성경을 완필한데 이어 가톨릭 성경을 지난 7월 27일에 마무리했다. 석 화백이 써 내려간 성경 필사는 길이 25m, 폭 46㎝ 두루마리 화선지 총 205장 분량으로 총 길이가 5125m에 이르며 필사에 사용된 붓만 해도 17자루가 넘는다. 그간 크게 팔을 휘둘러 그려냈던 기운생동한 수묵 크로키와 달리 세필로 촘촘히 화선지를 써 내려나가야 하는 성경 필사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석 화백은 "만 60세 환갑이었던 지난 2015년이 되던 해 양팔이 절단된 채 중증장애인으로 30년을 살아왔지만 장애인의 삶속에서 여호와의 섭리를 깨달았고 그 감사함의 표현으로 성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오히려 석 화백이 성경 필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석 화백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전시와 공연, 강연 등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성경 필사와 더불어 그간 해보고 싶었던 색채를 활용한 새로운 작업도 시작했다. 지난 2018년엔 석창우 폰트체도 개발해 특허청에 등록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백신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필사를 마친 성경 두루마리와 그리스도의 사랑을 주제로 전시를 하고 싶다"며 "병원의 십자가와 예수님의 십자가의 일치됨을 활용해 코로나19 퇴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