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야, 아프간 사태 책임공방...트럼프 "바이든 물러나야"

      2021.08.16 15:29   수정 : 2021.08.16 16: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손에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약 20년 만에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미 정가에 책임 공방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바이든 정부는 앞서 트럼프가 먼저 아프간 철군을 시작했다고 맞받았다.

트럼프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바이든이 아프간에서 한 일은 전설적이다”라며 “이는 미 역사상 가장 큰 패배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라면 아주 다르고 훨씬 더 성공적인 철군을 했을 것이다. 나는 바이든이 아프간에서 초래한 일과 관련해 불명예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인사들도 앞 다퉈 바이든을 비난했다. 공화당을 이끄는 미치 맥코널 상원 원내대표(켄터키주)는 “바이든 정부의 실패한 아프간 퇴각은 미국 리더십의 수치스러운 패배”라고 비판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루이지애나주)는 CBS방송에 출연해 “아프간의 미 대사관 인력이 대피하는 것을 보니 매우 끔찍하다”며 “이것이 바이든의 사이공 순간이다”라고 꼬집었다.

바이든은 지난달 8일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철군으로 1975년 남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 함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 "탈레반은 월맹군이 아니다. 그들은 능력 면에서 비슷하지도 않다. 아프간의 미국 대사관 지붕에서 사람들이 헬리콥터로 피난하는 광경을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비난은 동맹국에서도 나왔다.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하원 국방위원장은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취임 초 내세웠던 표어를 언급했다. 그는 “소총과 대전차로켓포, 지뢰로 무장한 반군에 패한 마당에 어떻게 ‘미국이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미 트럼프가 시작한 철군이었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5일 의회 브리핑에서 아프간 미군 철수 시점이 트럼프 정부의 밑그림에 따라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2월 탈레반과 평화 조약을 맺고 올해 5월 1일까지 아프간 주둔군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올해 취임한 바이든은 지난 4월 철군 시점을 9월 11일로 한차례 미뤘다. 오스틴과 블링컨은 트럼프 정부에서 “이미 철군 기한을 5월 1일로 잡은 시점에서 철수시기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들은 철수 기한을 이미 한 번 미룬 상황에서 또 미루면 평화 조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링컨은 이날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20년 전에 아프간에 간 이유는 9·11 테러범을 상대하기 위해서였고 미군은 미국에 대한 공격을 막는 임무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따로 성명을 내지 않고 말을 아꼈다. 진 섀힌 상원의원(뉴햄프셔주)만이 “미군 철수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15일 이미 아프간 상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며칠 안으로 아프간 상황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할 계획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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