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재원과 KT 강백호의 서울고 시절

      2021.08.17 14:07   수정 : 2021.08.17 14: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17년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은 잘 잊히지 않는다. 시골 외할머니 댁 같았던 구덕야구장서 열린 마지막 야구대회여서 일지도 모른다. 그곳 마운드에 서 있던 최동원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그 대회서 서울고 이재원(22·LG)은 네 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동대문야구장서 나온 김윤환(당시 광주일고)의 3연타석 홈런 이후 가장 강렬한 기억이었다.
이재원은 3경기서 4개의 홈런을 때렸다.

각각의 홈런이 모두 짜릿했다. 대회 이틀째 두 경기가 있었다. 첫 경기서 경북고는 원태인(삼성)의 호투로 북일고를 3-2로 이겼다. 원태인은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기도 했다.

두 번째 경기는 서울고와 부산고의 대결. 서울고의 중심타선이 으리으리했다. 3번 타자 강백호(KT)에 이어 4번 이재원. 그 해 2월 서울고의 미국 전지훈련서 하도 담장 너머 주차장에 떨어지는 타구가 많아 항의로 애를 먹게 만든 4번 타자였다.

이재원은 4회 부산고 선발 전지환으로부터 장외 결승 홈런을 날렸다. 전지훈련의 일화는 전해들은 바였다. 사실이구나. 엄청나네. 이튿날 이재원은 경북고 투수들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다.

그리고 경남고와의 결승전. 양 팀 다 막강 화력을 자랑했다. 경남고 4번 타자는 한동희(롯데). 이재원은 5-7로 뒤진 4회 말 2사 1,2루서 또 홈런을 때려냈다. 이번엔 역전 결승 홈런.

당시 강백호는 서울고 포수 겸 마무리 투수였다. 3경기 모두 9회에 나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강백호의 직구 최고 구속은 150㎞. ‘한국의 오타니’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활약이었다. 당시 오타니는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즈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하고 있었다.



이재원의 파워는 고교무대에선 독보적이었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 이재원과 강백호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강백호는 입단 첫 해 MVP급 활약을 보였다. 29개의 홈런을 때려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재원은 2년 동안 한 번도 1군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2군에서의 활약도 변변치 않았다. 2019년 2군에서 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파워는 누구나 인정했다. 그러나 배트 중심에 맞추지 않고서 공을 멀리 보낼 순 없었다.

2020년 시작이 좋았다. 호주 리그에 참가해 1월 19일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이번엔 뭔가 되려나. 퓨처스리그서 홈런왕을 차지하며 조금씩 손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2021시즌에도 퓨처스리그서 홈런 선두를 달렸다.

마침내 7월 초 1군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세 경기만인 지난 8월 11일 SSG와의 잠실경기. 4회 세 번째 타석서 오원석의 직구를 밀어 쳐서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프로 입단 4년 만에 맛본 1군 무대 첫 홈런이었다.

이 홈런은 주목할 만하다.
첫 홈런이어서가 아니라 밀어서 만든 대포이기 때문이다. 이재원은 늘 당겨 치려했는데 어느새 밀어 칠 줄도 아는 타자로 업그레이드됐다.
잠실야구장에 장거리 타자 한 명이 탄생할 조짐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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