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제한 풀고 등기임원 복귀 시켜 '책임경영' 힘실어줘야"

      2021.08.18 18:35   수정 : 2021.08.18 18:35기사원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과 함께 제한적 경영 활동을 시작했지만 정부와 국민이 원하는 역할 수행을 위해선 아직도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 부회장을 가석방하면서 반도체 역량 강화와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힘을 보탤 것을 요청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반도체 강화 등을 통한 경제회복에 일조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해 '백신 특사' 역할에 나서기 위해선 등기 이사로 복귀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취업제한 규정을 먼저 풀어주고 사면 재검토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미등기 이사 신분, 책임경영 한계

17일 재계에 따르면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의 현장경영 행보가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 연휴기간 주요 경영진들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은 이 부회장은 조만간 모더나 백신 위탁 생산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나 대규모 반도체 설비 투자를 앞둔 평택 등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옥중에서도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 지적하는 문제는 '책임경영' 부분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모든 등기 이사에서 물러나 무보수 이사로 삼성전자에 근무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삼성이라는 기업집단의 총수로 이 부회장을 분류해놨지만 정작 회사 업무와 관련해선 아무런 책임을 질 수 없는 신분이다.

이 부회장이 미등기 이사로 물러난 것은 국정농단 연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에 악형을 끼치지 않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룹의 실질적인 총수이면서 법적 책임은 비껴가는 본래 의도와는 다른 상황이 됐다. 당초 재계가 가석방보다 사면이 적절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와 관련된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면 그에 대한 책임은 등기 이사가 져야 하는데 지금 이 부회장은 결정이 잘못되더라고 책임을 질 수 없는 위치"라며 "특히 대외적으로 그룹의 실질적인 대표성을 가지려면 등기 이사 신분이어야 하는 게 국제 비즈니스계의 관례"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 물량의 일부를 한국에 배정하는데 이 부회장의 지원 사격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최근 이례적으로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도 많다"며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의견을 내놔 이런 추측을 뒷받침했다. 현재 정부는 백신 제조사 모더나에 국내 미공급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가급적 9월 초까지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위탁생산 물량을 국내에 우선 공급해달라고도 요청했지만 모더나 측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제대로 가동하려면 이 부회장이 당장 해외로 나가 전방위적인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보호관찰을 받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국내 사업장을 방문하는 정도로는 정부가 기대하는 소임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이다.

■"결정과 책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현재 삼성전자는 고 이건희 회장 이후 회장직이 공석이다. 삼성에는 공식적으로 '회장'이라는 직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 부문을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들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삼성에 있어서 '회장'이라는 직함은 대외적으로 그룹의 총수라는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회장직을 승계하기 위해선 등기 이사 신분으로 복귀가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취업제한 규정까지 걸려 있어 경영에 관여하더라도 '비공식적'으로 해야 하며, 굵직한 현안을 직접 이끌고 나가기도 어려운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취업제한 규정을 풀어 공식적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등기 이사가 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 부회장도 사면 등이 이뤄질 경우 진정성 있는 책임경영을 위해선 삼성의 대표성을 가지는 회장직 승계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열린 삼성 준법위 정기회의에서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이에 대한 평가지표·점검 항목 등을 확정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재수감 후 첫 옥중 메시지에서도 변호인을 통해 준법위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며 각별한 공을 들인 만큼 내달이나 혹은 정기회의 이전에라도 김지형 위원장을 비롯해 준법위 위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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