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 난 빈손" 아프간 대통령 UAE서 대국민 연설
2021.08.19 06:44
수정 : 2021.08.19 06:44기사원문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장악하기 전에 아랍에미리트(UAE)로 도주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내가 떠나지 않았으면 끔찍한 재앙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도주 당시 거액의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가니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9분가량의 대국민 연설을 발표했다.
가니 대통령은 "카불에서 사태는 급속도로 발생했고, 경호 직원들이 현 상황을 피해 달아나라고 조언했다"며 "카불을 떠날 것을 강요받은 즉시 사람들이 대거 대통령궁으로 들어와 날 쳐다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리아나 예멘처럼 카불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카불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프간 대통령으로 남았다면 사람들은 교수형에 처했을 것"이라며 "그러면 우리 역사상 끔찍한 재앙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니 대통령은 "나는 명예로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아프간 국민의 명예를 실추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유혈사태와 아프간 파괴를 피하기 위해 아프간에서 쫓겨났다"고 덧붙였다.
거액의 현금을 챙겨 달아났다는 의혹에 대해선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이어 "폭력을 피하기 위해 현재 UAE에 있다"며 "아프간에 돌아가기 위해 다른 이들과 상의 중"이라며 귀국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UAE 외무부는 이날 도주 후 행적이 불투명했던 가니 대통령이 UAE에 체류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소재지나 망명 상태 등은 밝히지 않았다.
가니 대통령은 지난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자 대통령궁을 빠져나와 도피했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현금을 챙겨 달아났다는 의혹과 비난을 받았다.
모하마드 자히르 아그바르 주타지키스탄 아프간 대사는 가니 대통령이 챙긴 현금이 1억6900만 달러(약 1979억원)에 달한다며, 공금 횡령 혐의로 인터폴 수배를 요청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