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훔치고 무면허 운전 '소년범' 급증하는데…"가둬서 해결 안돼"
2021.08.21 07:27
수정 : 2021.08.21 10:51기사원문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최근 서울 일대에서 이틀 간격으로 차량 4대를 훔쳐 무면허 운전을 한 촉법소년(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에 여러차례 붙잡혔지만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점을 이용해 계속 풀려났다.
#지난 2월 무면허운전과 절도, 특수절도, 사기 등의 범행으로 장기 보호관찰 2년과 야간외출제한명령 3개월을 받은 A군(13).
그는 법원의 명령에도 심야시간에 무단외출을 일삼았고, 6월 초에는 다른 친구들과 차량을 훔쳐 무면허 운전도 했다. 그렇게 보호관찰 개시 3개월만에 소년원에 유치됐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들의 범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보다 교화를 통한 재범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촉법소년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촉법소년(만10세∼만13세)은 18년 7364명에서 2019년 8615명, 2020년 9176명으로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재범이다. 촉법소년들이 경미한 범죄부터 시작해 범죄를 반복하면서 청소년 범죄자, 성인 범죄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최근 3년간 소년범 재범률은 평균 약33%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3회 이상 재범한 소년범 비율은 2009년 12.2%에서 2018년 17.3%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6월 "소년범죄가 상습화되고 지능화되고 있어 소년의 반복되는 범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근본적 선도·교화 정책을 마련하고 소년법상 보호처분 기능에 대한 검토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낸 바 있다.
◇가정서는 방치, 시설서는 갇혀…소년보호시설 재범억제 한계
현행 형법과 소년법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보호자 위탁, 아동시설 감호 위탁, 소년원 송치 등 10가지 종류의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각 소년보호처분이 촉법소년들의 재범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보호자 위탁의 경우 보호자가 의지나 능력이 있을때는 재범률이 줄어들 수 있지만, 가정에서 방치되는 대다수 아이들은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년보호시설에도 개인상담, 인성교육, 사회교류 등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만 소년들의 재범률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소년법강의>의 저자 현지현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소년들은 빠르게 인성이 회복되지만 실제로 혜택을 받는 소년은 소수"라며 "대다수 소년들은 시설에 갇혀 시간을 보내고 사회에 복귀한 뒤에는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나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현행 소년보호처분이 촉법소년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보호처분은 중장기 청소년들 중심의 체계라 촉법소년들에게 교화의 계기를 마련해주기 어렵다"며 "위탁시설에서 범죄를 배울 수도 있고 가족과 단절되면서 청소년기 어려움을 겪을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선 '지역사회 프로그램' 모니터링 후 법원판단
미국에서는 촉법소년의 개념이 없지만, 저연령 아이들의 비행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교화하고 보호하기 위한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을 갖춰놓았다.
김혜경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미국의 소년사법제도와 지역사회의 참여'(2021)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미네소타 주 등 여러 주에서는 법원의 처분 전에 소년범들의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의 참여·모니터링을 결정하고, 그 결과를 판단에 참고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지역사회 연계 민간센터나 자원봉사기관에서 운영되기도 하지만, 학교에서 직접 비행소년들의 교정을 돕는다. 아이들은 지역사회와 연결된 상태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눈여겨볼 점은 비행소년뿐만 아니라 그 가정까지 함께 지원한다는 점이다.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소년법원에 '가족을 위한 서비스(FINS)'를 설치하고, 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부터 이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환경까지 두루 개입한다.
한국도 민간 영역에서의 보호를 위해 민간시설을 연계하는 6호 처분(아동복지시설 및 소년보호시설 감호 위탁)을 만들었으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소년보호시설이 전국에 10개뿐인데다 대형화되면서 일반 소년원과 다를 바 없어졌다"며 "학생들이 개방된 시설에서 학교도 다니고 사회화되기보다는 폐쇄적인 시설에 갇혀 있어 효과가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미한 범죄나 초범의 경우에는 심리치료, 수강프로그램 등을 통해 기회를 줄 수 있는 '개입적 다이버전(교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변호사도 "소년법은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 예산과 인식의 부족으로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대우하지 못하고, 집단 수용하고 있어 처벌로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년보호시설의 담장과 철창살도 없애야 한다"며 "소년들을 가둬두고 아무도 못 만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교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소년범들에 대한 개인상담과 교육, 복지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