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21㎞로 아내 들이받은 남편

      2021.08.21 08:35   수정 : 2021.08.21 16:46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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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지난해 5월19일 오후 5시30분쯤 A씨(당시 51세)가 운전하는 쏘렌토 승용차가 전남 목포의 한 길가에 멈춰섰다. 약 두 달 전 별거와 함께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아내 B씨의 집이 있는 곳이었다.

법원의 접근금지 임시조치결정이 내려진 상태였지만 A씨는 이미 며칠 전 지인에게 미행을 부탁해 B씨의 집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A씨는 약속도 취소하고 B씨를 만나러 왔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화가 난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B씨에 대한 A씨의 불만은 오래된 것이었다.
당시 결혼 23년차였던 A씨는 아내가 외도 중이며, 가족들 사이에서 자신을 따돌린다고 의심했다.

이런 생각은 폭행과 협박으로도 이어졌다. 별거 직전이던 같은 해 1월에는 '밥을 차려주지 않는다'며 B씨에게 욕설과 폭행을 가했고, 3월에도 같은 이유로 흉기를 들고 협박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B씨가 집을 나와 이혼소송을 제기하자 A씨는 자녀 양육 등을 이유로 이혼을 만류하던 중이었다.

뒤늦게 약속 장소를 향하던 A씨의 눈에 B씨의 모닝 승용차가 들어온 건 40분쯤 뒤였다. B씨의 차는 도로 맞은편 반대 차선을 주행 중이었다. 그 순간 A씨는 시속 121㎞로 내달리며 중앙선을 침범했다. 곧이어 A씨의 쏘렌토 승용차 앞부분이 모닝 승용차의 운전석 앞쪽을 빠르게 덮쳤다.

이 사고로 중증외상을 입은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B씨의 차량을 뒤따라 오던 쏘나타 승용차에 타고 있던 2명도 사고의 충격으로 전치 12주의 골절 등 부상을 입었다.

이후 A씨는 살인 및 일반교통방해치상, 폭행, 특수협방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4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A씨 측은 "차를 멈춰 세우려했던 것일 뿐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시속 121㎞로 충돌시 경차인 모닝 승용차의 운전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며 "충돌할 때까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채 피해자 차량을 충돌했다"고 했다.

다만 이달 항소심 재판부는 '형이 무겁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첫째 아이가 지적장애로 피고인의 보호가 필요해 보이는 점, 가족 중 일부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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