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전쟁' 희생양?…어린 딸 탄 차 들이받은 아빠
2021.08.22 06:05
수정 : 2021.08.22 15:08기사원문
(전주=뉴스1) 박슬용 기자 = “딸 양육권을 뺏길 것 같아 화가 났다.”
자신의 딸과 가족이 타고 있던 승용차를 고의로 들이받은 40대 가장이 수사기관에서 밝힌 범행 동기다.
지난 2020년 5월 12일 오후, 이혼을 준비 중이던 A씨(42)와 그의 아내는 전북 익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만났다.
이들은 딸 양육권 문제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만난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이들은 “딸의 양육권을 서로 가지겠다”면서 다퉜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손녀 양육권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직접 손녀을 데리고 A씨의 아파트에서 나와 남편 C씨의 승용차에 탔다.
A씨는 다투던 과정에서 자신을 때리고 막무가내로 딸과 아내를 집에서 데리고 나가는 B씨의 행동에 화가 났다. 이에 A씨는 뒤따라가 B씨 등이 탄 승용차를 자신의 승합차로 들이받았다. 당시 A씨는 해당 승용차에 B씨 외에도 딸과 아내, 장인 C씨 등이 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하게 들이받은 탓에 옆에 있던 다른 차도 부서졌다.
이 사고로 장모는 전치 8주, 아내와 딸, 장인 등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하지만 4일 뒤인 지난해 5월 16일 피해 진술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방문한 장인 C씨는 진술 조서에 서명을 하던 중 갑자기 볼펜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계속 하품을 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 경찰은 곧바로 C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다음날인 17일 C씨는 뇌내출혈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상태는 악화됐고 결국 C씨는 지난해 6월 4일 자발성 뇌내출혈에 의한 뇌간기능부전으로 사망했다.
수사기관은 C씨의 사망이 A씨의 범행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이에 A씨에게 특수존속상해, 특수상해, 특수재물손괴 외에도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특수존속상해 등 3가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상해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C씨가 치료받은 병원의 사실조회 회보서에 의하면 A씨의 범행으로 인해 C씨가 사망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또 이 사건 발생시기(A씨의 범행)와 C씨의 이상증세 발현 시기에 약 100시간 이상의 시간적 간격이 있어 C씨가 다른 불상의 외력에 의한 외상으로 증상이 발현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단지 화가 난다는 이유로 아내와 딸, 장인, 장모가 탄 승용차를 들이받아 이들에게 상해를 입힌 점은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사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의 이유로, 피고인은 양형부당 등의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도 A씨의 범행과 C씨의 사망이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하면서 축소사실인 ‘특수폭행의 점’만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며 “피해자를 치료했던 병원도 C씨의 뇌출혈이 A씨의 범행으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명확히 밝혔던 점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이 중하다고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지 화가 난다는 이유로 자신의 차로 아내와 딸 장모, 장인이 타고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며 “자동차 사고의 위험성과 피해 정도의 예측 불가능성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원심의 형은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