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소방관, 이재명 쿠팡화재 대응 논란에 “정치인 안왔으면 좋겠다”
2021.08.22 14:01
수정 : 2021.08.22 14:52기사원문
(수원=뉴스1) 진현권 기자 =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대응 논란과 관련해 한 현직 소방관이 “재난현장에 정치인들이 방문하는 것이 현장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이 소방관은 지난 20일 경기도 소방직 익명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언론에서 도지사님이 쿠팡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비판이 많은데, 저는 반대로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소방관은 “우리 재난현장에는 단장님 서장님 본부장님을 비롯해서 재난현장을 잘 아는 직원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인들이 방문하면 의전을 비롯해서 사진촬영 등으로 우리 직원들이 현장 활동하는데 방해만 될 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에도 광주광역시 철거건물 붕괴사고 시에도 정치인들이 방문해 기념 사진촬영하고 갑질로 언론에 보도된 걸 본적이 있다”며 “정치인들은 불필요한 재난현장 방문보다 우리 직원들의 사고 시 처우를 어떻게 해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저도 쿠팡 화재현장 사고 시 현장에 있던 한 사람으로서 직원 순직사고에 대해 트라우마를 갖고 생활하고 있는데 또 언론에서 쿠팡얘기가 나오니 떠올리기 싫은 현장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어 “제발 정치인들의 재난현장 방문을 최소화 해 주시고 소방공무원들이 재난현장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게 도와 주셨으면 감사하겠다”며 “두서없는 무거운 글 올려 죄송하다. 오늘도 현장에서 안전하게 활동하셨으면 한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이 글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고 당시 즉각 화재 현장에 가지 않고 '먹방 유튜브 방송'을 녹화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한 날(21일) 하루 전에 올라온 글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쿠팡 이천 물류센터 화재 관련 대응을 놓고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의 판단과 행동이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같이 사과했다.
앞서 이 지사가 지난 6월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고 당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와 '먹방'(먹는 모습을 담아낸 방송)을 촬영한 것을 두고 여야 대권주자들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이 지사를 향해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전날 설명자료를 통해 “이 지사는 17일 오전 경남 현장에서 '대응1단계 해제' 보고를 받은 후 오전 11시 경상남도와의 협약식에 참석했고 행정1부지사를 현장에 파견해 화재진압 상황을 살펴보도록 했다”며 “당초 예정된 일정을 마친 이 지사는 현장 지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 다음 날로 예정된 고성군과의 협약 등 잔여 일정 일체를 취소하고 17일 당일 저녁에 화재 현장으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당시 경남일정 중 창원에서 실시간 상황보고를 받고 대응조치 중 밤늦게 현장지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음날의 고성군 일정을 취소하고 새벽 1시반께 사고현장을 찾았다”며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모든 일정을 즉시 취소하고 더 빨리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