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출발한 업비트에…빗썸-코인원은 '사면초가'

      2021.08.23 15:13   수정 : 2021.08.23 15: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마감일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업비트가 당국에 신고서를 가장 먼저 제출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반면 국내 2,3위 가상자산 거래 사업자로 꼽히는 빗썸과 코인원은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현재 이들에게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해주고 있는 NH농협은행과 세부적인 자금세탁방지(AML) 조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업비트의 출발을 바라만 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특히 NH농협의 요구 사항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필수 업무를 침해하는 다소 무리한 조치라는 점에서 업계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빗썸-코인원, 닭 쫓던 개 꼴


23일 업비트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지난 20일 업계 최초로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접수를 마쳤으나, 나머지 사업자들의 기한 내 신고 가능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는 업비트를 제외한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실명계좌를 발급받기 위한 확인서나 계약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한 달 가량의 기간 동안에도 사업자들이 확인서나 계약서를 확보할 수 있을 지 우려가 된다는 점이다. 실명계좌를 발급해야 하는 시중은행들이 자금세탁 등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다고 판단해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자금세탁 등의 위험을 평가하는 모든 책임을 시중은행에 지도록 하고 있다.

결국 가상자산 업계가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의 태도 변화를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가운데 스스로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신고 접수까지 불과 한달 남아

오는 9월 24일로 예정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마감기한 내에 가상자산 거래소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확인 가상계좌 확인서를 반드시 함께 제출해야 한다. 특히 국내 이용자들이 원화로 가상자산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려면 거래소가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필수적으로 발급 받아야 하고,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확인서를 받아야만 정부에 사업자 신고가 가능하다.

빗썸·코인원은 NH농협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받고 있지만 업비트와 달리 사업자 신고를 위한 확인서가 없는 상태다. NH농협이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 차원에서 빗썸과 코인원에 가상자산의 외부 입출금을 막아야만 확인서를 써준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같은 의견을 강경히 고수하고 있다. 케이뱅크로부터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받고 있는 업비트도 앞서 동일한 제안을 받았으나 케이뱅크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이를 무효화했다는 전언이다.

업계는 가상자산 입출금을 인위적으로 막으면 각종 역효과가 발생할 뿐더러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라고 반발한다. 우선 외부에서 특정 거래소에 들어오려는 가상자산을 시스템 상으로 원장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아예 자산을 받지 않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억지로 입출금을 모두 막는다고 가정하면, 한정된 거래소 물량 안에서만 거래가 일어나게 되고 자연히 거래소별로 가상자산 시세가 왜곡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 수수방관으로 거래소 어려움 가중"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으로부터 해당 제안을 받고 한달 가까이 협상을 진행해 오고 있지만 합의점은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이 기간 동안 두 거래소는 블록체인협회를 통해 금융위원회 쪽에도 거래소 고유 업무 침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정부 쪽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NH농협은행 쪽에선 제안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단순히 제안이라면 왜 지금까지 확인서를 써주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코인 입출금 중단이 의무 조항이자 향후 사업자 신고를 위한 필수 조항이 됐다는 의견을 밝혔다. 거래소가 가상자산의 흐름을 파악해 위험거래 발생 시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는 트래블룰(Travel Rule) 준수 일정은 특금법에 따라 내년 3월부터인데 은행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당장 9월 25일부터 지키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강 건너 불구경' 태도도 가상자산 사업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거래소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에 대한 전반적 업무는 철저히 은행 소관이라는 일관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이 거래소에 내리는 독자적 처분도 정부로선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수수방관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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