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상황 생중계하던 미국 할머니, 급류에 집 휩쓸려 사망
2021.08.25 06:51
수정 : 2021.08.25 09: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홍수를 전달하려고 했던 한 할머니가, 자신이 남긴 영상을 남기고 실종됐다. 미국 테네시주에서 홍수 상황을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전송하던 여성이 결국 홍수에 휩쓸려 사망했다.
25일 미국 현지 언론 따르면 테네시주 웨이벌리에 사는 린다 아몬드는 지난 21일 오전 10시 15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창밖의 상황을 실시간 전송했다.
그러나 아몬드는 1분짜리 페이스북 영상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 주말에 테네시주를 덮친 홍수는 아몬드가 본 마지막 세상이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아몬드가 생중계한 영상 속에는 물에 반쯤 잠긴 건물 사이로 황갈색 급류가 보인다. 폭우로 갑자기 물이 불어난 위험한 상황이다. 잔해들이 물에 쓸려 빠르게 떠내려가고 있다.
아몬드는 영상에서 “누군가 페이스북 라이브에서 나를 본다면 우리는 지금 테네시주 웨이벌리에서 홍수를 겪고 있다. 정말 무섭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웨이벌리는 내슈빌에서 서쪽으로 약 75마일 떨어진 약 4100명의 작은 마을이다.
영상 중간쯤 아몬드는 놀라며 “워워”라는 소리를 냈다. “뭔가 집에 부딪힌 것 같다”는 그의 아들 토미의 목소리도 들렸다. 급류가 집 안으로 들이쳤는지 영상은 다급히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오마이갓, 오마이갓”을 외치다 생중계는 끝난다.
아몬드의 오빠에 따르면 당시 아몬드의 집에는 물이 차기 시작했다. 아몬드는 촬영을 급히 멈추고 토미와 함께 지붕으로 대피했다. 그러나 지붕이 무너지면서 둘 다 급류에 휩쓸렸다.
토미는 다행히 구조됐지만 아몬드는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가족은 이번 홍수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보여주기 위해 아몬드의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테네시주 웨이벌리에는 22일 하루 역대 최고인 17인치(431.8㎜)의 비가 내려 최소 22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실종됐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