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아이 잔혹하게 폭행해 죽인 '그 놈'은 응급구조사" 엄마의 청원글

      2021.08.25 08:15   수정 : 2021.08.25 08: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딸의 남자친구가 딸을 때렸다. 딸은 응급상황이었지만 응급구조사 자격증까지 있던 남자친구는 딸을 버리고 사라졌고, 딸은 결국 숨졌다. 엄마가 억울함을 호소할 곳은 많지 않았다.

30대 남성이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과 연인 관계인 것을 알렸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피해 여성 어머니의 청원이 올라왔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30세 A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달 25일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피해 여성 B씨를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당시 "왜 연인 관계인 것을 주변에 알렸냐"고 말하며 B씨를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식을 잃었던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3주 넘게 혼수 상태로 있다가 지난 17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 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렸다.

그녀는 "제 딸을 사망하게 만든 가해자는 딸의 남자친구"라며 "가해자는 딸의 머리를 잡고 벽으로 수차례 밀쳐 넘어뜨리고, 쓰러진 딸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고, 머리에 주먹을 휘두르는 등 도저히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119가 도착했을 때 딸은 이미 심정지 상태로 머리에서 피가 많이 흐르고 있었다"며 "응급실에서는 뇌출혈이 심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심장만 강제로 뛰게 한 뒤 인공호흡기를 달아 놓았다. 딸은 중환자실에서 3주를 버티다 하늘로 떠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가해자는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일 없는 듯 생활하고 있다. 불구속 수사라고 한다. 가해자는 병원은커녕 장례식에 오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가해자는 운동을 즐겨 하고 응급구조사 자격증도 있는 건장한 30살 청년인 반면 26살 딸은 왜소한 체격"이라며 "가해자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이가 쓰러진 딸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걸 몰랐겠냐"고 물었다.

청원인은 "응급구조 노력은커녕 정신을 잃고 숨도 쉬지 않는 딸을 끌고 다니며 바닥에 일부러 머리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한 이유, 술에 취해 스스로 넘어졌다는 허위 신고를 한 이유는 무엇이냐"고도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보면 곧바로 119 신고부터 하는 게 정상"이라며 "하지만 가해자는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딸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한참 지나서야 119에 허위 신고를 하고, 쓰러진 딸을 방치해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 살인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제 딸은 사망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다.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억울하게 죽어갈 것"이라며 "아이나 여성 등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살인과 다름없다.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 수사와 신상공개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인관계에서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 청원은 25일 오전 7시 기준 4만7000여명의 동의를 얻어 관리자가 공개를 검토 중인 상태다.


앞서 경찰은 A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입건한 뒤 지난달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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