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의 독침 공격헬리콥터, 슈퍼콥터가 온다(하)
2021.08.28 08:19
수정 : 2021.09.01 01:01기사원문
■아파치헬기 걸프전에서의 위용, 적수가 없다
아파치공격헬기는 1991년 걸프전 중 미 육군 제24공격헬기대대의 1회 출격에 T-72전차 32대, 장갑차 50대, 장륜식장갑차 54대 고사포 38문 등 이라크군 1개 기계화 여단급 부대를 단번에 괴멸시키는 위력을 발휘하는 등 걸프전 기간 동안 단독 작전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를 거둔다.
아파치헬기는 비핵심 전력은 우회하고 적의 핵심 전력에 가용한 전력을 집중하는 집단전술(Swarm Tactics)을 사용했다. 걸프전에 동원된 288대 중 단 1대가 격추(조종사 2명은 구출)되었을 뿐이다.
걸프전 전 기간에서 아파치헬기는 전차 500대, 장갑차량 120대, 야포 등 포대진지 120개소 대공포 진지 30개소, 전진 배치된 고정익 항공기 20대와 헬기 12대를 파괴하는 등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이라크 기갑부대의 전차는 아파치헬기 소리가 들리면 공포심에 질려 헤치를 열고 뛰어나와 도망쳤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당시 이라크군은 만만치 않은 군사력 보유국이었다. 이라크 전역을 연결하는 정교한 첨단 방공망 시스템은 구소련에서도 인정할 정도였으며 비대칭 전력을 제외한 기계화 사단과 공군력, 미사일 등 재래식 군사력은 세계 4위권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걸프전에서 아파치헬기의 적수가 없어 보였던 막강한 전력은 2003년 2차 이라크전에서 크게 타격받는 상황이 연출된다.
■ 아파치헬기 2차 이라크전에서 당하다
이라크전에서의 아파치헬기의 임무는 대규모공세작전에 엄호를 맡는 역할이었다. 전쟁 초기에는 단독작전 없이 가능한 적과 직접 마주치지 않은 전술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라크 바그다드를 앞두고 상황이 바뀐다.
이라크군은 최후저지선인 카르발리에서 강력한 저항을 펼쳐 이라크 최정예부대인 메디나 기갑사단이 카르발리에 집결한다. 이 부대를 격파하기 위해 아파치헬기는 개전 이래 처음으로 단독작전에 돌입한다.
2003년 3월 23일 밤 육군 5군단 소속의 AH-64D 아파치헬기 35대가 이라크 방어선을 우회해 메디나사단의 기동예비대인 제2전차여단을 야간 기습하는 작전에 투입된다.
그런데 이라크군도 1차 걸프전에서 아파치헬기에 수많은 피해를 당하면서 복수의 칼을 갈았다. 아파치의 우회 루트를 치밀하게 계산해 미리 24mm 대공포를 밀집 배치한다. 이렇게 '매복으로 저공비행하는 아파치를 격추할 수 있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기다린다. 저공 우회 비행하던 아파치헬기는 격렬한 대공포 화망에 걸려들어 제대로 대응공격을 못한 채 결국 후퇴한다. 작전에 동원된 35대의 아파치 헬기가 올린 성과는 T-72전차 6대와 장갑차 몇대를 파괴한 것에 불과했다. 반면 아파치헬기 1대가 격추되고 조종사 2명은 포로로 잡힌다. 나머지 34대의 아파치도 대부분 화망에 얻어맞아 겨우 격추를 면한 상태였다.
■아파치헬기 단독작전에서 공군과 협동작전으로
이라크군은 아파치헬기가 언제 어느 곳을 지날지 파악하기 위해 광범위한 지역에 무전기와 핸드폰을 휴대한 다수의 정보원을 배치해 아파치헬기 소리가 들리거나 보이면 메디나 사단 지휘부와 연락을 주고받아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을 동원한다. 이렇게 이라크군은 걸프전을 통해 아파치공격헬기에 대한 저항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미 육군은 아파치헬기의 전력을 과신했고 이라크 메디나 사단은 미군 헬기들이 레이더를 피해 저공으로 침투한다는 것을 알고 그것에 대응할 전술을 개발한 것이다. 등화관제를 실시하고 대공포에 가림막을 씌우고 바로 머리 위에 아파치헬기가 올 때까지 기다려 재래식 대공포로 다층망 화망을 구성, 화력을 집중했다. 이후 미군도 아파치헬기 단독 침투 개념을 전환해 공군 A-10, F-16, F-15 전투기와 연계하는 전술로 변화시킨다. 이후 아파치의 역할은 줄어들지만 효율은 더 높아졌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전쟁에서 항상 첨단무기만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전면전 상황에서는 헬기단독작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실전에서 증명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헬기(수직이착륙) 전력의 혁명기, 2030년대 슈퍼콥터가 온다
이라크전 이후 미 국방성 기술연구원(DARPA :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이 주도하는 합동다임무과학기술개발(Joint Multi Role Technology Demonstrator) 계획에 맞춰 차세대수직이착륙기(FLV : Future Vertical Lift)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미래공격정찰기(FARA : Future Attack Reconnaissance Aircraft) 사업과 △미래장거리강습항공기(FLRAA : Future Long-Range Assault Aircraft) 사업으로 나뉜다.
DARPA가 제시한 주요 제원은 △공중급유 없이 560~830㎞의 작전거리 △순항 속도 300~330㎞/h, 최대 시속 620㎞/h △승조원 이외 탑승 작전 요원 8~12명 △무장을 탑재 시간 30분 이내 △탑재 무장은 최대 2.4t 등이다.
최초 이 사업은 보잉·벨·AVX·레이시온·시코르스키(전 록히드마틴) 등 5개 사가 참여했으나 2020년 3월 개발사 후보를 선정 '벨, 시코르스키 두 곳으로 압축 선정됐다.
△미래공격정찰기(FARA)사업엔 벨의 ‘360인터빅스’와 시코르스키의 ‘레이더X’가 경쟁 중이며 △미래장거리강습헬기(FLRAA)사업에도 역시 벨의 ‘V-280밸러’와 시코르스키 보잉합작의 ‘SB-1 디파이언트’가 경쟁 중이다.
미국의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수직이착륙기 개발에 따라 유럽도 밀리터리 관련업계가 구체적인 연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이와 같은 추세를 보면서 중국도 연구 중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UH-60 블랙호크를 역설계해 Z-20을 실전 배치한 만큼 무시할 수 없다.
우리 군도 첨단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군전력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군사과학기술 분야의 혁신으로 미래전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